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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라임·DLF 사태 초래한 거품,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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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김태현 기자]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일침.. "비유동성 자산에 낀 거품, 언제 터질지 모른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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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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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둔화되면서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전환사채(CB) 등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이들 투자는 사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얼마나 위험이 확산되고 있는지 진단하기 힘들다."

최근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는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해 A 자산운용사 대표가 지적한 말이다. 그는 투자 위험이 가장 높은 비유동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에 둔감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21일 A 자산운용사 대표에 따르면 투자 위험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변동성 △크레딧 △비유동성이다. 위험도는 후자로 갈 수록 크다. 변동성 위험의 대표적인 예가 주식이다. 기업 이익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도 출렁이게 된다. 크레딧은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도산할 위험이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크레딧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발생한 금융 위기다. 마지막으로 비유동성은 투자자가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위험이다. 투자자는 '가격을 조금 낮추면 팔리겠지'하고 위험성을 간과할 수 있지만, 해당 자산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매각을 못해 자산가치가 제로(0)가 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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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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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비유동성 자산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부동산, DLS, CB, 비상장주식 등을 다루는 사모펀드, 벤처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헤지펀드는 비유동성과 크레딧을 결합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수년간 대체 투자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며 "어디까지 투자 비중을 늘려도 될지, 매입 가격을 계속 높여도 될지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고밸류에이션을 시장이 인정하게 되면 그때가 버블의 꼭지"라고 꼬집었다. 살만한 사람은 다 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블이 형성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는 '동업자간의 수익률 경쟁(peer pressure)'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각 금융투자기관의 투자 전략을 인정해주는 스타일 투자가 정착되지 못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돌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높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수익률을 찾아 비유동성자산에 자금이 유입되고, 비유동성 위험이 무시되고 있다"며 "가장 위험이 높은 자산을 다루면서, 위험을 무시하고 시장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블이 계속되면 △오버 밸류에이션(너무 높은 가격) △오버 컨피던스(지나친 자신감) △오버 서플라이(과잉 공급)가 생긴다. 전체 투자 자금이 커지면, 어디서 나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상품이 공급된다. 높아지는 가격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빚(레버리지)까지 활용하게 된다. 나중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오버 컨피던스) 때문이다. 레버리지는 수익을 극대화시켜주기도 하지만, 손해도 극대화될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TRS(총수익스와프)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50% 손실이 나면 투자자금은 전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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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4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IFC에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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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가격에 자산을 살 사람이 사라지면 버블은 언젠가 터진다.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커지는 손실을 감추기 위해 숫자를 고치게 되면 '투자'가 '사기'가 된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폰지도 처음에는 버블에 동참했다가 버블이 지속되지 못하자 나중에 들어온 돈으로 먼저 들어온 돈을 보상해주는 식으로 사기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누구도 고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비유동성 투자가 사모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 위험을 추정하기 힘들다. 공모펀드의 경우 투자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시해야 하지만, 사모펀드는 공시 의무가 없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높은 수익은 위험 없이 얻을 수 없다"며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일부 자산의 버블이 언제 꺼질 지는 알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언젠가는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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