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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다 끝나간다더니 이게 뭐꼬” “이 판국에 선거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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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본 2020 총선]

② 대구 수성갑 박빙지역 고산1동

TK서 여야 격차 가장 작은 수성갑

2016년 총선때 대수거 31년만에

민주당 소속 김부겸 당선 ‘이변’

‘코로나 급습’에 불안한 시민들

“김 의원도 미래통합당도 안보여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것”

민주당은 김 의원 출마 확정, 인물론 강조

미래통합당은 “무게감 낮다” 전략공천설도






<한겨레>는 지역구 골목길 구석구석의 민심을 살펴보기 위해 전체 253개 국회의원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 관심이 쏠린 핵심 지역구 5곳을 고르고, 그중에서도 ‘민심 풍향계’로 꼽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행정동을 찾아가기로 했다. 두번째 순서로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었지만 4년 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수성갑 선거구를 찾았다. 2016년 총선 때 이곳에서 금배지를 단 김부겸 의원은 대구에서는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에 나온 민주당 소속 당선자였다.

실제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가 2012년 이후 전국단위 6차례 선거를 분석해보니, 대구·경북(TK·티케이) 지역은 25개 지역구 전체가 미래통합당 우세지역이었다. 그나마 수성갑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격차가 17.2%포인트로 대구·경북 권역에서 가장 작았다. 그중에서도 고산1동은 수성갑 지역에서도 양당 격차가 9.8%포인트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에서 양당 격차가 10%포인트 이하인 유일한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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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가시고 전쟁이 급하게 찾아온 느낌이야. 길에 사람 자체가 없어. 행안부 장관 한 실세 김부겸이 오면 따질 건데 안 오겠지? 자한당도 코빼기도 안 보여. 그냥 여기는 폐허야.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어.”

지난 13일 티케이(TK) 민심 르포를 위해 고산1동 신매시장을 찾았을 때 만난 김밥집 직원 윤아무개(56)씨는 20일 오후 기자와 통화에서 말투가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의 공포로 대구의 분위기 자체가 급격하게 험악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제 코로나 거의 다 끝나간다고 해놓고 이게 뭐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나중에 더 큰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고산1동에서 만났던 지역 주민 박아무개(45)씨도 이날 통화에서 비슷한 위기감을 전했다. 다만 박씨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로 지금 너무 정신이 없다. 이번 사안을 정치와 연결하는 분은 아직 못 봤다”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김부겸이랑 무슨 상관이겠냐. 오히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싹 떨어지고, 이 판국에 선거 얘기하는 사람 못 봤다. 대통령 욕은 댓글로 봤는데, 31번 확진자가 아픈데도 걸어 다녔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무튼 지금 다른 데 관심 돌릴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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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경합 ‘고산1동’에서 바라본 티케이

선거 ‘대구 정치 1번지’라 하는 수성구지만, 지난 13일에 둘러본 현장 분위기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기 전에도 선거 열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당 후보는 현역인 김부겸 의원이 확정적이지만, 5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한 미래통합당은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가 역대 투표 결과에 연령·성별 같은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결합해 예측한 ‘총선전략 마이크로 지리정보’를 보면, 3만2천여명이 사는 고산1동에서도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은 동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와 주택단지, 신매시장을 끼고 있는 ‘토박이 동네’에서는 정권심판론의 목소리가 거센 편이다. 특히 50대 후반 이상은 보수 지지세가 뚜렷하게 강세를 보이면서 2016년 총선 이전으로 회귀하는 분위기였다. 이곳에 30년 넘게 살았다는 김종화(76)씨는 “보수 텃밭에서 김부겸을 뽑아줬더니 4년 동안 한 게 뭐냐. 조국 비리에도 침묵만 하지 않았냐. 예산 배분에서도 소외받고 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보수정당이 승리해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고산1동의 50대 이상 주민은 8465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6%에 이른다.

욱수천 주변 신축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네는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대구·경북 권역에서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동네인 만큼 중고생 자녀의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30~40대도 많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박민규(34)씨는 “누굴 꽂아도 보수정당이 당선되던 시절에는 국회의원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부·여당에 실망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로 돌아가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고산1동의 20·30대는 23%(7476명)로, 50대 이상 인구 비중과 비슷하다.

망월지와 덕원중고 등이 있는 욱수동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됐다. 50대와 함께 가장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는 40대(18%)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역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이아무개(42)씨는 “조국 사태에 실망했지만, 친문 실세도 아닌 김부겸 의원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이번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주면 김 의원이 대선주자로 발돋움해 지역을 위해서도 큰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8)씨는 “김부겸 인물 하나 보고 뽑았지만, 터져나오는 정권 실세들의 각종 의혹에 침묵하는 걸 보고 실망이 너무 크다. 보수정당이 괜찮은 후보자를 내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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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인물 경쟁력으로 당지지율 열세 상쇄”

민주당은 대진표가 확정되면 인물론을 앞세워 열세인 정당지지율을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던 곳인 만큼 인물론의 위력은 이번에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부겸 의원 쪽은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현재 유일하게 남은 대선주자급 인사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작정이다.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대구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김 의원이 장관을 그만두고 나서 존재감이 약화됐는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고 김 의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기대감을 줄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부겸 의원은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거리를 두는 동시에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이 비판적인 칼럼을 쓴 필자를 고소하자 공개 비판하며 철회를 건의했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비상이 걸린 20일에는 국무총리와 청와대에 “음식점 등 자영업자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현안인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의 방침을 수용하기보다 지역 민심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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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당, 탈환 0순위에 전략공천할까

통합당 예비후보자들은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김현익 변호사와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정상환 변호사, 정순천 전 수성갑 당협위원장, 조정 변호사 등 5명이다. 하지만 김 의원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중량급 인사의 전략공천설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전략공천했다가 역풍에 휘말린 기억이 생생한 만큼, 전략공천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지금 어느 예비후보를 붙여도 우리가 모두 김부겸 의원을 이기는 상황이라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중앙당에서도 전략공천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경북권의 다른 곳에서 다 이기더라도 수성갑을 탈환하지 못하면 보수 터전 복원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미래통합당 처지에선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글·사진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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