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저녁회식 시간을 '주52시간' 계산에서 빼달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자율' 저녁회식은 '공식' 업무시간이 아니라는 게 '공식화'됐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요청이 나왔을때 '왜?'라는 반응이 적잖았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하지만 '왜?'에 대한 답으로는 부족했다.
청와대는 '기다렸다는듯' 적극 수용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자율 회식은 주52시간제와 무관하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화답했다. 삼성과 청와대의 '계산'이 맞았다는 얘기다. 어떤 계산이었을까.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2.13. since199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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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주52시간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됐다. 2018년 7월 시행됐고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
시행 전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계는 환영했지만 수입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융통성있는' 제도운영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기업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마침 그가 직접 나서 '융통성있는' 제도운영을 제안했다. 이로써 정부가 대기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그림이 나왔다.
#간절함
코로나19 사태는 아무래도 정부와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마음이 간절할 때다. 코로나19로 파생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참모들을 향해 '대책을 뭐든 가져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간 외 저녁회식'을 권장한다고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액션(행동)'을 보여주는 효과는 있다.
청와대가 주변 식당을 이용하라며 금요일 점심 구내식당 운영을 멈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보기로서 '캠페인 효과'를 기대한다. 총선을 앞둔 청와대의 간절함이기도 하다.
#세대
틀린 계산도 있다. 이 부회장의 '특별제안'에 '왜?'라는 말이 따라온 이유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의아해했다.
"이미 회식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뭔소리냐", "삼성 7년 다니면서 저녁회식을 근무시간으로 넣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등 반응이 나왔다.
5년 전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도입을 앞두고 삼성은 '119캠페인'에 앞장섰다. 저녁회식 자리에서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에 귀가하자는 캠페인이다. 자율출퇴근제와 반바지 문화를 한박자 빨리 도입한 것도 삼성이다. 삼성은 '젊은' 회사문화를 선도했고, 그 문화는 '젊은 리더' 이재용이 이끌었다.
그는 이제 50대가 됐고, 세상은 달라졌다. 그사이 입사한 '젊은' 직원들 대부분은 회식을 꺼린다. 저녁회식이 1차에서 끝난다 하더라도 회식은 회식. 더이상 '자율적인' 회식은 없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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