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 매장 내 위생용품 코너에 마스크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박용선 기자 |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코리아필터(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마스크에 들어가는 특수 필터원단인 MB 부직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중소형 제조사들이 마스크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 부직포의 국내 생산량 부족 문제라기 보다는 유통 구조상 공급 문제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스크 원재료는 주류(술) 유통과 비슷하다. 원재료 생산업체는 중간 판매상에게 원재료 주문을 받은 뒤 납품만 하면 된다. 생산만 집중하면 되고 영업은 중간 판매상 역할이다. 주류 제조사가 도매상에게 술을 출고하면 이들이 영업을 뛰는 것과 흡사한 유통 구조다.
웰크론이나 크린앤사이언스처럼 자체적으로 원재료를 생산해 마스크까지 만드는 대형 업체들과는 달리 중소업체들은 중간 판매상(대리점)을 통해 MB 부직포를 조달하고 있다. 국내 123개 마스크 업체 중 100개 이상이 중간판매상을 통해 MB 부직포를 구매하는 중소업체다.
최근 국내에서 MB 부직포 수급 부족이 심화된 이유로는 원재료 유통과정에서 사재기 현상이 거론되고 있다. MB 부직포는 보건용 마스크 필수 재료인데 국산보다 중국산 가격이 20% 가량 저렴해 중국산 의존도가 높았다. 국내에서 이 원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7개 업체 뿐이라 최근 중국 원부자재 수입 중단으로 사재기 집중 타겟이 됐다.
특히, 중국인을 대행하는 국내 유통 대행업자들이 MB 부직포를 대량 매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스크 제조사 A업체 사장은 "MB 부직포 공급을 조건으로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최근 3번 정도 있었다"면서 "이 재료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마스크를 만든 후 30~50% 정도는 원가에 넘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업체 사장은 "국내 7개 업체 케파(생산능력)로도 어느 정도는 공급이 가능할텐데 원재료 유통 과정에서 제대로 전달이 안 돼 수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대행업자들은 품귀현상이 일어난 MB 부직포를 마스크 제조사에 파는 대신 마스크 완제품 생산량의 일부를 원가에 넘길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마스크 제조사 B업체 관계자는 "최근 마스크 가격을 2배 올렸는데 중간 유통망에서 마스크 제조사에 소량만 푸는 식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MB 부직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중국인을 대행하는 중간 유통업자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정부의 마스크 사재기 감시가 강화되자 중국으로 보낼 물량 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 대행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재기에 나서면서 마스크 부직포 공급뿐 아니라 완제품인 마스크 생산 자체를 볼모로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에만 초점을 맞추고 모니터링 할 것이 아니라 마스크 제작 과정에서 유통 단계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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