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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띵동, 배달 왔습니다"…"문 앞에 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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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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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 모씨(56)는 얼마 전 다소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가족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짜장면, 짬뽕 등을 시켰는데 음식을 가져온 배달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인터폰 너머로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선결제했으니 죄송하지만 문 앞에 두고 가달라'고 부탁했다"며 "시기가 시기인 만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부터는 배달음식을 시킬 때 처음부터 문 앞에 놓아달라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본격 확산된 코로나19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외식을 자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방금 전 주문한 배달음식도 직접 수령하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집에 들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만이 답이라 믿는 소비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앱 주문 시 요청사항에 '그냥 문 앞에 놓아주시면 돼요'라는 메시지를 선택한 고객 수가 전월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방금 전 주문한 음식도 비대면으로 수령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감염자의 침이 조금이라도 튀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부인과의 신체 접촉을 아예 차단하려는 언택트 소비가 배달음식 시장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정부 차원에서 각종 지원 정책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불안심리는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혹시 모를 위험을 감안해 외부인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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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까지만 해도 31명이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51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커머스로 가정간편식(HMR)을 주문하거나 모바일 앱으로 식당의 메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19일 요기요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배달 건수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이 대두되기 전인 지난달(1월 6~21일)보다 11%가량 증가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부터 배달 주문량이 매주 3~4%씩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지난주 밸런타인데이 등 이슈로 야외활동에 나선 소비자들이 있는 듯하지만 그간 외출을 꺼렸던 사람들의 경우 가능한 한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성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심리는 배달의민족 이용 패턴에서도 발견된다. 19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1월 31일부터 2월 17일까지 총 주문 수는 2641만건으로 전월(1월 3~20일) 대비 9%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가정에서 만들기 쉽지 않은 조각케이크 등 카페 디저트류가 19%,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치킨과 패스트푸드는 각각 13%, 12% 증가율을 나타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달음식의 경우 명절 연휴 직후 평일에 주문 수가 평소보다 6~15%가량 줄어드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설이 끝난 뒤에도 주문 수가 소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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