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래 기업·당국은 “불가항력…책임 면제해달라”
프랑스 오일메이저 토탈 “불가항력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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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께 중국으로 향하던 4척의 액화천연가스(LNG) 탱커선이 최종 하역 목적지를 갑자기 바꾸거나 되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막대한 물량의 LNG를 싣은 채 행선지를 잃고 해상을 떠돌던 4척 중 3척은 앞서 카타르에서, 1척은 오만에서 선적됐고 당초 목적지는 모두 ‘극동지역’이었다. 표류 끝에 2척은 영국 사우스후크항만에 도착했고 다른 2척은 아랍해와 오만 걸프지역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국제 물류정보기업인 크플러의 LNG 분석가 레베카 치나는 “요즘 아시아 전역 해상의 11척을 포함해 총 15척의 LNG 선박들이 물건을 하역하지 못한 채 ‘해상에 떠 있는’ 상태로 표시되고 있다”며 “15척 가운데 2척은 중동, 2척은 호주 서부, 11척은 아시아 전역의 해상을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LNG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 수입업체들이 “당초 계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갑자기 ‘수입 보류·취소’ 혹은 ‘인수물량 축소’를 잇따라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거래소의 LNG 트레이더들은 “이 화물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들이 구매해왔던 것인데 이제 코로나19 여파로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이고, 주요 LNG 수요처인 일본·유럽지역은 이미 재고가 거의 포화 상태로 차 있는 상황이라서 LNG 수송 선박과 생산·공급자들이 대체 수요처를 찾지 못한 채 해상에서 길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입업자들의 인수 취소 통보가 잇따르면서 LNG 선박회사와 공급업체들은 수송 차질에 따라 매일 매일 불어나는 막대한 추가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 수입업자들과 거래 계약을 맺은 일부 해외 기업들은 코로나19발 수출 차질에 대해 중국 쪽 파트너에게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태세다.
그러자 중국의 최대 LNG 수입업체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최근 해외 공급자 3곳에게 코로나19를 사유로 들면서 계약 지연·취소에 대한 ‘불가항력’을 요청했다. 천재지변이나 파업·폭동 등 우발적 사건, 전쟁 및 정부 정책 같은 통제불능 상황이 갑자기 발생했을 때 국제계약 이행 책임을 면해주거나 연기해 주는 조항이다. 이미 중국 국제무역진흥공사는 지난 1월31일 코로나19로 거래 계약을 취소·지연해야 할 상황에 놓인 자국 기업들에게 ‘불가항력 증빙서’를 발급해주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 중국 남부의 한 구리제련소도 코로나발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구리정광 납품계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오일메이저 토탈은 최근 중국 쪽 상대방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LNG 수입 관련 불가항력을 통보하자 즉각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국제 법률전문가들은 불가항력 증빙이 중요한 의미를 갖긴 하지만 거래 취소·지연을 둘러싼 추가적인 쌍방 협의나 소송제기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주로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을 자문해온 로펌 ‘베이커 도넬슨’의 스캐나피코는 <로이터> 통신에 “불가항력 선언은 자유재량이 아니다. 객관적 팩트와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면책 요건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 LNG시장에서 현물가격은 영국열량단위(mmBtu)당 3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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