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감염증(COVID-19) 확산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미국·일본·대만 등 전 세계 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발(發) 우환 폐렴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올 1분기 글로벌 기업의 실적 급감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애플은 17일(현지 시각)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산 여파로 올 1분기 가이던스(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3주(週) 전만 해도, "1분기 630억~670억달러(약 80조원)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대표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우한 폐렴 영향을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맞은 항공사·여행사·유통업체와 같은 소비 산업에서 시작한 실적 악화 도미노가 스마트폰·반도체·자동차·철강과 같은 제조업으로 밀려드는 것이다.
외국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CNBC는 17일(현지 시각) 시장조사 업체인 던앤드브래드스트리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우한 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 내 공장 휴업과 수요 급감으로 전 세계 500만개 이상 기업이 악(惡)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부품과 소재 등을 공급받는 글로벌 기업 숫자만 최소 500만개라는 것이다.
중국 주변국 중에서는 한국이 최대 피해국으로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중간재 수출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6.5%(751억8750만달러·약 89조원)로, 미국(10.7%)을 제외하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다"고 밝혔다.
한국은 대만(2.7%)은 물론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일본(5.5%), 독일(3.3%)보다 더 많은 중간재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중국의 공장이 안 돌면 중간재 수급 차질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국제산업연관표'를 분석한 일본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 생산이 100억달러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는 곧바로 5억달러의 판매·생산 피해를 본다. 한국의 대(對)중국 부품 판매액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는 직접 피해만 계산한 것으로, 2·3차 파급 영향까지 포함하는 간접 피해는 3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기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할 경우, 국내 대기업 매출은 8%가 감소하고, 수출도 9.1%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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