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 A씨는 기업 관련 대형 사건을 수임하면서 세금 줄이기에 나섰다. 성공 보수금 등으로 수백억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직하게 수입을 신고할 경우 세금으로 수십억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까웠던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사무장 명의로 유령 컨설팅 업체를 만들어 수임 사건과 관련해 수십억원짜리 컨설팅을 받은 것처럼 꾸몄다. 또 성공 보수금도 실제보다 절반이나 적은 금액으로 적은 '이중 계약서'를 만들었다. 모두 소득 총액을 줄여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겠다는 의도였다.
의뢰인에게는 자기 계좌가 아니라 차명 계좌 수십 개로 500만~1000만원씩 쪼개서 입금해 달라고 한 뒤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빼돌렸다. 이렇게 챙긴 금액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최근 A씨가 소득을 줄이고 차명 계좌로 돈을 받는 등 탈루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끝에 약 10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하는 수법이 워낙 다양해 '탈세 백화점'을 연상케 했다"고 했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자 138명에 대해 세무조사의 칼을 빼들었다. 특히 그동안 전관인 점을 강조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보면서도 제대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거액을 탈루한 고위 공직자 출신 전문직(변호사, 세무사 등)에게 초점을 맞췄다. 국세청이 그동안 수차례 예고했던 전관들의 탈세 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전관 특혜 전문직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초고액 입시 강좌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다. 다수의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소문이 난 입시 전문 컨설턴트 B씨는 개인 블로그 비밀 댓글을 통해 소그룹 회원을 모집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만나 입시·교육 관련 컨설팅을 했다. B씨는 한 강좌당 약 500만원 이상씩 총 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B씨는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강남 소재 고가 아파트(20억원 상당)를 샀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윤주헌 기자(call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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