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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스카이캐슬식 탈세… 컨설팅료 수십억 벌고도 세금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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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검찰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 A씨는 기업 관련 대형 사건을 수임하면서 세금 줄이기에 나섰다. 성공 보수금 등으로 수백억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직하게 수입을 신고할 경우 세금으로 수십억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까웠던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사무장 명의로 유령 컨설팅 업체를 만들어 수임 사건과 관련해 수십억원짜리 컨설팅을 받은 것처럼 꾸몄다. 또 성공 보수금도 실제보다 절반이나 적은 금액으로 적은 '이중 계약서'를 만들었다. 모두 소득 총액을 줄여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겠다는 의도였다.

의뢰인에게는 자기 계좌가 아니라 차명 계좌 수십 개로 500만~1000만원씩 쪼개서 입금해 달라고 한 뒤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빼돌렸다. 이렇게 챙긴 금액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최근 A씨가 소득을 줄이고 차명 계좌로 돈을 받는 등 탈루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끝에 약 10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하는 수법이 워낙 다양해 '탈세 백화점'을 연상케 했다"고 했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자 138명에 대해 세무조사의 칼을 빼들었다. 특히 그동안 전관인 점을 강조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보면서도 제대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거액을 탈루한 고위 공직자 출신 전문직(변호사, 세무사 등)에게 초점을 맞췄다. 국세청이 그동안 수차례 예고했던 전관들의 탈세 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전관 특혜 전문직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 중 28명이 전관 특혜와 관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세청이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여겨진 법조계 전관뿐 아니라 국세청 출신 전관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친정 출신을 향해 칼을 겨눈 것이다.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 세무사가 세운 세무법인 등 10여명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초고액 입시 강좌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다. 다수의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소문이 난 입시 전문 컨설턴트 B씨는 개인 블로그 비밀 댓글을 통해 소그룹 회원을 모집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만나 입시·교육 관련 컨설팅을 했다. B씨는 한 강좌당 약 500만원 이상씩 총 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B씨는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강남 소재 고가 아파트(20억원 상당)를 샀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우한 폐렴 사태를 악용해 마스크 매점매석을 벌인 도매업자 등 41명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원가 400원짜리 마스크 230만개를 현금 1300원을 받고 파는 등 13억원의 폭리를 취했다.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70대 고령의 의사로부터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면서 매월 수천만원씩 현금으로 빼서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사람은 사적으로 사용한 돈을 사업상 경비로 처리해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해서도 조사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고의적 세금 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주헌 기자(call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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