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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경기 때매 죽겄슈 여당 안찍어유” “경제, 좋은 적 있었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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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공주· 청주 등 다수 자영업자

“경기 다 죽어” “계속 적자” 불만 커

“대통령 방향 옳다”는 목소리도 있어

지역 전문가들 총선 전망은 엇갈려



정권견제론이 고개를 든다는데 … 사흘간 본 충청 민심



중앙일보

대전·충청이 이번 총선에서도 승부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대전역.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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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은 캐스팅보트 지역이다. 이번 4·15 총선도 충청 민심이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갤럽조사(14일 발표)에 따르면 여당보다 야당의 승리를 기대하는 여론이 처음으로 높아졌다. 정부 견제론(45%)이 고개를 들면서 정부 지원론(43%)을 앞섰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며 “PK(부산·경남) 민심이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왔고 최근에는 충청 민심도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이 흔들리면 여권은 위험해진다. 야권이 보수통합의 물꼬를 터 가며 불출마 선언을 이어가는 동안 여당은 ‘원종건 미투’에 이어 울산시장 선거 공소장 비공개 파문, 임미리 칼럼 사태 등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 민심은 과연 어떨까. 지난 12~14일 사흘간 대전, 충남 아산·공주, 충북 청주를 차례로 돌아봤다.

문 대통령 지지자도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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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이 이번 총선에서도 승부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공주산성시장.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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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충남 아산 시내에 비가 내렸다. 한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샀다. 값을 치르고 난 후 여사장인 김 모(45)씨에게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어떠냐”고 물었다. 답을 주저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그는 “다들 난리도 아니다. 죽을 맛”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더 난리이긴 하지만 경기가 계속 안 좋았고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최저임금 때문에 알바생도 못 쓰고 하루 10시간 반을 근무해야 하니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오랜 문 대통령 지지자였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유니폼을 입고 길거리에서 선거 운동도 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아무래도 실망이 크다. 국민들은 사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원망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총선에 대해선 “누구를 찍을지는 정말 고민”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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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이 이번 총선에서도 승부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청주북부시장.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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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대전 중앙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재선(69)씨는 기자와 만나 “38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데 최악이유. 하나도 안 팔려 그냥 출근했다 퇴근하는 때가 많지유”라며 “정권이 바뀌면 경제가 잘된다고 해 희망을 갖고 (문 대통령을) 찍었지만 내 발등을 찍은거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 없슈”라고 덧붙였다.

시장이나 상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몇 개월째 적자다” “가겟세를 낼 수가 없다” “경기가 다 죽었다”가 고정 레퍼토리였다. 대전 중앙시장, 아산 온양온천시장, 공주 산성 시장, 청주 북부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다수가 “죽겄슈”라 했고, 이는 자연스레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지금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신발을 하루 한 켤레 두 켤레 팔어유. 살아갈 길이 없어유. 경제도 어려운데 정부가 어디 정의롭기나 하나유.” (공주 산성시장 상인 김회동씨, 64세)

“장사가 최악입니다. 정치를 이렇게 해서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이번엔 민주당이 어려울 겁니다.” (청주 북부시장 과일 가게 상인 김원식씨, 56세)

“매출이 해마다 줄더니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이유. 세도 못 내지유. 정부가 도대체 뭐하나유. 여당은 이제 믿지 못해 안찍어유.” (아산 온양온천시장 식품 가게 박모씨, 61세)

아산의 신도시 지역인 배방읍에서 만난 류재용(66, 커피전문점 대표)씨는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다 죽어 사람들이 돈을 못 쓴다. 경기가 많이 어렵다. 커피도 두 사람이 와 한잔시켜 나눠 마실 정도”라고 걱정했다. 이어 “(이러니 충청에도) 야당 세가 올라오고 있다. 여당이 협치를 안 하고 너무 밀어붙여서 그런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온양온천시장을 다녀갔는데 일부 여당에 우호적인 사람들도 ‘뭣 하러 왔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며 “그게 현재 충청의 민심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경제 어렵다고 대통령 비판이 능사 아냐”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다수가 여권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반론도 적지 않았다. 공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조성일(64)씨는 “경기 침체는 항상 있어온 일 아니냐. 경제는 늘 어려웠다. 문 대통령이 방향성을 잘 잡아가고 본다”고 했다. 또 대전 중앙시장 상인 한모(62)씨는 “경기 나쁜 걸 왜 정부 탓만 하나유. 경제가 언제 좋았던 적이 있었나유.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비판하는 게 능사가 아니지유”라고 말했다. 대전 충남대에서 만난 대학원생 문모(32)씨도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청주 북부시장에서 만난 김경화(57)씨는 “야당이 협조를 너무 하지 않고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그러니 여당이 못해도 지지세가 야당으로 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젊은층에선 당보다 공약이나 후보를 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산 배방읍에서 만난 정순영(33)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당 보다는 그런 공약을 볼 것”이라고 했고, 공주 산성시장에서 떡가게를 하는 이선진(40)씨도 “국정 운영에 실망스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당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전문가들은 충청의 민심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지난 선거에서 앞섰지만 나이스하게 지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번 선거는 야당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인사는 “야당이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못 주고 있고 선거를 앞두고 공약을 내놓기보다 좌파 타령만 하고 있어 여당의 잘못이 야당의 지지로 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이광진 대전 경실련 기획위원장은 “여권표가 지난 지방선거보다 흩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앞으로도 변수가 많아 이번 선거는 예상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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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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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지역 여야 의원들도 만나봤다. 12일 아산에서 만난 강훈식(아산을) 더불어민주당은 충청 민심에 대해 “정부에 대해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고, 지금까지 해온 검찰 개혁 등을 더 완수하자는 여론이 맞서 팽팽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당 전략기획위원장·원내대변인 등을 지냈다.

Q : 지지율이 여당이 더 높지 않았나. 팽팽하다는 건 더 나빠졌다는….

A : “팽팽하다는 건 관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당을 공격하는 흐름이 분명히 있고, ‘아니다. 여당이 좀 더 해야 할 게 많다’라는 맞서고 있는 건데 이런 관망세가 3월 초까지 지속할 것이다.”

Q : 자영업자의 경제 걱정이 심각하던데.

A :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말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Q : 충청 민심이 여야에 대한 불만이라면 어떤 부분이 큰가.

A : “조국 전 장관 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심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당에 대해선 별 기대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Q : 신종 코로나 사태가 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 같나.

A : “중국 우환 교민들이 충북 진천과 아산에 왔는데 처음에는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가 잘 됐고 민심도 우호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다.”

Q : 총선 전망은.

A : “예측 불가능이다. 아직은 후보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관망세가 강하다. 어려운 경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3월이 되면 이런 비판세가 인물 구도로 바뀌면서 꺾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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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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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분위기가 2년 전 지방선거와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낸 중진이다.

Q : 총선 전망은.

A : “충남은 11석인데 3~4석 빼고 우위에 이를 것 같고 대전도 상당히 선전할 거다. 울산시장 하명 선거 논란의 핵심인 황운하 전 경찰청장을 대전에 내보내려 하는 것은 패착이다. 국민이 바보냐.”

Q : 이길 거라 보는 이유는.

A :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 선거다. ‘조국과 추미애가 옳다고 생각하면 1번 찍어라’ ‘윤석열이 옳으면 2번 찍어라’ ‘대통령의 표현처럼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1번 찍어라’ ‘경제가 어렵다면 2번 찍어라’ 아주 선명하고 단순하지 않나.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원적이 충남이다. 부친이 공주농고 출신이다. 현 정권이 윤석열의 손발을 자르고 압박하는 게 이 지역 주민에게 거부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Q : 충청 유권자가 정치권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있다면.

A : “현 정부에서 충청 출신 인사들이 홀대를 받았다. 요직에 기용되지 못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 한 명 정도…. 호남 중심의 인선에 대한 불만이 내재해 있다.”

Q : 충청 민심이 달라졌다면 왜인가.

A : “조국 사태를 통해 많은 걸 알게 됐다. 공정은 충청의 핵심 가치다. 중도적이고 불편부당한 게 충청 정서다. 공정에 민감하다. 정부의 최대 실수는 공정한 정부로 가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이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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