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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춘추] 정치, 한순간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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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2년 1월 사직의 변을 올리고 울산지검 부장검사직에서 물러났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비서관으로서 못다 한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명분으로 그해 19대 총선에 도전했다. 돌이켜보면 목표는 거창했지만 정치 현실을 잘 몰랐다. 그렇게 멋모르고 정치권에 입문한 지 어느덧 8년이 흘렀다.

당시 전략 공천을 예상했지만 당내 경선에 참여해야 했고 여지없이 패배했다. 선거사무소를 정리하던 중 중앙당에서 서울 송파갑 출마를 제안했다. 고민할 시간은 하루였다. 험지였지만 도전해볼 가치가 있었다. 당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었다. 제안을 수락했다.

결과는 낙선. 담담했다. 그 이후 4년간 원외위원장으로 와신상담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다시 도전했다. 출구조사 결과는 당선. 주변에서 환호가 터졌다. 기쁨은 잠시였다. 약 2%포인트 차로 낙선. 동료들은 선전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송파갑만큼 험지라던 강남, 대구, 부산 등에서도 당선자가 나왔기에 할 말이 없었다. 한 달, 아니 하루라도 더 일찍 지역을 누볐어야 했다. 몇 달간 무기력감과 자책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삼세판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다시 원외위원장으로 익숙한 듯 낯선 그 거리에 나섰다. 그렇게 1년여가 훌쩍 지났다.

사람마다 쓰임새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7개월이나 일찍 치러졌고 내 정치의 방향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선 후 몇몇 제의가 있었지만 묵묵히 송파갑을 지켰다. 다만 자치분권 강화에 따라 지방정부도 국가 발전의 한 축으로서 이를 견인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송파는 인구 68만의 전국 최대 자치구였다. 수개월간 고민한 끝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직에 도전하기로 했다. 더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했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 6년여 시간의 연민까지 더해져 57%로 당선됐다.

유권자 한 사람, 당원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한 세월이었다. 시작할 때보다 떠날 때 더 박수 받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 그렇게 기회를 주신 주민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한다.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 신인이 경쟁적으로 영입되거나 지역구에 뛰어들고 있다. 정치와 선거라는 비루하고 힘든 현실에 낙담하지 않길 바란다. 영혼에 상처를 입지 않고 초심을 잘 지키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울한 날들이 필요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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