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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먹고살기 더 힘들어” 文정부에 실망… 反與 정서 확산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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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영남 표심 / 대구, 朴 탄핵 후 4년전 ‘회귀’ / “김부겸, 인물은 훌륭하지만 / 민주당 실정에 기대 사라져” / 조국사태 기점 등돌린 부산 / 칼럼 고발·丁총리 실언 잇단 악재 / 김영춘 “경제 청사진… 표심 공략” / 낙하산 vs 막말… 경남 안갯속 / 김두관 “낙동강 벨트 사수” 도전 / 주민 “양산 만만한가” 반감 높아

2016년 총선에서 영남 국회의원 8명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부산·울산·경남의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꿔온 민주당의 동진(東進)전략을 실현했다. 하지만 4월 총선을 두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영남권 민심은 1년 반 전과는 사뭇 달랐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견제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경제실정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민주당의 영남권 대표주자인 김부겸·김두관·김영춘 의원은 심상치 않은 지역 민심을 전했다.

세계일보

눈이 내리고 있는 17일 오전 대구 신천 둔치에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 수성갑, ‘인물론·동정론’ vs ‘文 정부 심판론’

“이번에는 정권 견제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황금1동의 범어공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우모(47)씨는 4년 전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는 “인물도 훌륭하고 대구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4년 지나보니 인물보다 문 정부와 민주당의 실정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다”며 “성실히 일해서 돈 벌었는데 왜 부의 축적을 죄악시하는지 모르겠다. 먹고살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지적했다.

수성구 고산3동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정모(29)씨는 “지방분권을 강조했지만 정작 양질의 일자리는 지역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청년 실업률이 이렇게 높은데 집권 여당은 일본 탓, 바이러스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세계일보

김 의원 측은 지역 내 팽배한 ‘정권 심판론’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61.8%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당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에 24.5%포인트 앞서 당선됐다.

그러나 수성갑 지역은 2017년 대선에는 18.7%포인트, 2018년 대구시장 지방선거에서는 10.5%포인트 뒤진 득표율을 기록했다.

부산·경남(PK)과 달리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결집하면서 2016년 총선 전 정치지형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세계일보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인근 빌딩에 4·15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걸려있다. 대구=이창훈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을 보류한 김 의원은 단체 위주로 유권자 접촉을 넓혀 가며 동시에 TK 대망론으로 유권자에게 인물론·동정론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김 의원에게 도전하는 한국당에서는 정순천 전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 5명이 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조국 사태’ 계기로 돌아선 부산 민심

부산 부산진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지역 민심의 흐름을 ‘조국 사태’가 바꿨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30년째 택시를 운전해온 안복상(67)씨는 “김영춘 의원은 좋지만 ‘조국 사태’ 때문에 (당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만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부산 사람들이 화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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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의 지역사무실 모습. 부산=이창훈 기자


지리적으로 부산의 중심에 있는 부산진구는 김 의원이 당선된 2016년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부산시장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득표율에서 한국당을 앞섰다. 김 의원도 지난 16일 세계일보와 만나 “‘조국 사태’이후 민심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며 “이후 지지율이 점차 회복 중이었지만 최근 임미리 칼럼 고발과 정세균 총리의 실언이 연이어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민심이 돌아선 계기는 ‘조국 사태’였지만 그 이전부터 누적된 경기 침체가 유권자들의 불만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부산진구 당감시장에서 팥빙수 가게를 운영하는 한명숙(52·여)씨는 “6년 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평일에는 시장 거리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며 “명절에는 하루 매출 100만원을 넘게 찍기도 했지만 지금은 6년 전 매출의 절반 수준을 겨우 넘는다. 바뀌면 잘할 줄 알았는데 먹고살기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김 의원은 “경제 공약에 공을 가장 많이 들이고 있다”며 “경제공동체·지역화폐 등의 공약으로 부·울·경 경제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해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지사 출신 대결 구도로 짜인 경남 양산을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낙동강 벨트’ 사수를 위해 경남 양산을에 도전했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낙하산’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 소속으로 김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막말’ 이미지에 대한 비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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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경남 양산시 한 교회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나눠 주고 있다. 양산=김두관 의원실 제공


지난 16일 경남 양산시 양주동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는 김재윤(39)씨는 “양산이 만만한가. 낙하산 내려오면 다 되는 줄 아냐”며 “분구가 되기 전부터 양산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부산·울산 경기 침체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높은 거 같다”고 전했다.

양산시 양주동의 양산역 입구에서 만난 이우진(28) 씨는 “한국당을 지지할 생각이지만 홍 전 지사는 막말 이미지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낙하산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 “정권 견제·심판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지만 홍 전 지사와 본선은 전직 경남지사끼리 맞붙는 선거인 만큼 두 사람이 펼쳐온 도정에 대한 평가도 선거에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공약·인물 중심으로 선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대구·부산·양산=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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