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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바다는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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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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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아포리즘 73]

#180

커피 한 잔. 그 자체로 완전한 그런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온갖 고민과 걱정거리로 가득한 아침에 커피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몇 차례 잔을 기울일 뿐. 커피에 대한 음미는 뒷전이다.

커피 한 잔만으로 완벽한 아침. 그것으로 행복하고 완전하며 충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181

경남 통영이 고향인 시인 김춘수는 '처용단장 1'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바다가 왼종일/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이따금/바람은 한려수도에서 불어오고…날이 저물자/내 늑골과 늑골 사이/홈을 파고/거머리가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베고니아의/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새앙쥐 같은 눈을 뜬 바다'는 어떤 바다일까.

이번에 통영에 가서 알았다. 새앙쥐 같은 눈을 뜬 바다가 무엇인지.

통영운하에서 바라본 바다는 거세지도 않고, 시퍼렇지도 않았으며, 웅장하지도 않았다. 통영의 바다는 작고 귀엽고 나른했다. 막 졸음을 깬 새앙쥐의 눈 같았다.

통영 바다는 새앙쥐의 눈처럼 가늘고 여리게 그리고 나른하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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