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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임금 갑자기 줄어도 말 못하는 ‘맥도날드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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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지침 사용자에 유리하게 적용…노동시간 일방 축소

이의제기도 눈치…배달노동자에 사고 책임 전가 등 위법 소지

경향신문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이 타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일부 맥도날드 매장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아르바이트생의 노동시간을 일방 감축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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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맥도날드 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자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의 노동시간을 일괄적으로 30분씩 줄였다. 임금이 줄어 막막해진 알바생도 있었지만, 모두 일방적으로 바뀐 ‘온라인 근무표’에 ‘확인’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수정요청’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별도의 점장 동의까지 구해야 하는 과정에 엄두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시간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흐른다. 근로계약서에 알바생의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간 ‘합의’가 아닌 ‘협의’만으로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가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위에 있는 사용자가 이를 남용해 잦은 노동시간 변경 등으로 알바생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 ‘비상구’가 확보한 맥도날드 시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 항목을 보면, “근로 형태의 특성상 매주 당사자 간의 사정에 따라 협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이 변경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사용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이라 하는데,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합의’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내놓은 관련 지침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사용자와 근로자의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협의’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 경우 사용자가 매출 감소 등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노동시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하는 일 등이 가능해진다. 실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과거에도 알바생들의 노동시간을 편의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는 이른바 ‘고무줄 노동’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례가 다수 적발되기도 했다. 외식업체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노동자 강제 조퇴 등으로 310억원의 임금을 체불했고, 2018년 피자헛 가맹점 다수를 운영하던 한 업체는 같은 방식으로 5억원의 임금을 체불했다가 적발됐다.

알바생들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노동시간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정웅 알바노조 맥도날드분회장은 “사측이 근무표를 올리면 노동자는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를 회사는 동의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동의하지 않을 때는 ‘확인’ 버튼을 누른 후 ‘수정요청’을 눌러 점장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부분 ‘이번주 시간 줄었네’ 하고 만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정의당 비상구가 확보한 시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서·취업규칙 등을 보면, 위법소지가 있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배달노동자의 근로계약서는 “단 한번이라도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근로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과속·교통법규 미준수 등으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회사에 추궁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정하고 있다. 해고를 남용하거나 노동자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최강연 정의당 비상구 노무사는 “노사가 구두 또는 서면 합의하면 노동시간 변경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노동부의 2013년 행정해석이 잦은 노동시간 변경의 근거가 되고 있다”며 “이를 폐기하고 청년 다수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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