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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봉준호 만나는 文대통령, ‘블랙리스트’ 언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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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빨랐으면 문화예술계 고초 덜했을 것" 회한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6월 극장에서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일 청와대에서 봉준호 감독과 만날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봉 감독도 피해자 중 한 명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건에 관해 언급할지, 그렇다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봉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이 최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4관왕에 오른 쾌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청와대 초청 행사를 갖기로 했다. 20일 청와대 행사에는 봉 감독은 물론 배우 송강호 등 오스카 수상의 다른 주역들도 여럿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봉 감독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 대상에 제외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해자란 점에서 주목된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6년 10월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국회에서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 명단을 만들어 따로 관리하며 정부 지원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블랙리스트 의혹을 처음 폭로했다.

이후 2016년 12월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청와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을 줄줄이 소환조사했다. 이들 가운데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왕실장’으로 통한 김 전 실장과 당시 박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조 장관의 구속수감은 파장이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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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페이스북 캡처


특검 조사 결과 봉 감독은 지원 배제 대상자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만든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열차’ 등이 국가 공권력을 조롱하고 사회 불만세력의 봉기를 부추긴다는 게 이유라고 했다.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역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영화 ‘변호인’에서 노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 때문에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블랙리스트 사건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취임 후에 그는 ‘조금 더 빨리 정권교체에 성공했다면 문화예술인들이 고초를 겪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통해 회한을 토로한 바 있다.

자연히 문 대통령이 봉 감독, 배우 송강호 등과 만난 자리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해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지 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거나 아예 지원을 끊은 지난 정부의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영화 등 문화예술 분야를 적극 지원하되 간섭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23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 ‘기생충’을 봤다. ‘기생충’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한 직후 문 대통령은 “봉 감독님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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