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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태영호 “테러위협에 ‘태구민’ 개명…北 주민 구원하겠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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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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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협을 피하기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을 다 고쳤습니다."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공사는 16일 북한의 신변 위협 때문에 "'태구민'으로 개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날 때 북한이 저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구원할 구(救)에 백성 민(民)자를 써서 북한 형제자매를 구원해보겠다고 '구민'으로 개명했다"고 밝혔다. "개명해서 지난 몇 년간 신변 안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4·15 총선에 출마하는 그는 '태구민'이란 가명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개명 신청을 했으나 법원에서 3개월은 걸린다고 통보해 결국 총선 전엔 개명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앞으로 지역구에 나가면 주민들도 지난 몇 년간 태구민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것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변안전 보장에 어려움이 증가해도 정부를 믿고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나설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총선 출마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학습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 15일은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지만, 북한에선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며 "김일성 생일에 북한 주민들이 저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 선거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평화에도 정의로운 평화와 정의롭지 못한 평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의롭지 못한 평화는 북한 비핵화를 머리에 이고 북한의 눈치 보면서 조심히 유지하는 평화"라고 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선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틀을 허무는 결과가 돼선 안 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을 대할 때 인간의 인권, 노동권을 중시해야 한다. 월급 줄 때도 지금처럼 김정은 사무실에 현금 박스를 직송하지 말고 노동자들에게 직접 줘야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부국장을 지낸 태 전 공사는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던 2016년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지난 11일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 태 전 공사가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 태 전 공사는 출마 지역구 선정과 관련해선 "철저히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한국당 안팎에선 보수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 전략출마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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