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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피자박스달인이 ‘레딧’에 밝힌 <기생충> 섭외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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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브리아나 그레이의 유튜브 동영상을 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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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넷] “항상 그렇게 일했다. 박스를 재빨리 만드는 한편 조리를 하거나 전화주문을 받기도 했다.”

‘박스를 항상 그렇게 미리 접어놓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현지시간으로 2월 9일 일요일 밤, <기생충>의 수상 소식에 캐나다 가정주부 브리아나 그레이(30)는 “내가 박스를 만든 바로 그 최고의 배우(best actor)”라며 환호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올린 글이다. 레딧을 굳이 비교하자면 영어권 사용자, 주로 북미지역 누리꾼이 사용하는 디시인사이드쯤 되겠다. 그녀의 레딧 활동명은 BreezyRiver. 7년을 레딧에서 활동한, 한국식 인터넷용어로 하자면 올드비, 죽돌이다.(아니 여성이니 죽순이라고 해야 할까) 일부 매체에서 현재까지 7년간 피자가게에서 박스를 접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레딧 활동 경력과 혼동한 오보로 보인다. ‘피자박스’ 영상이 히트를 쳤을 때 그녀는 이미 피자가게 알바를 접은 한 참 뒤다.

아무튼 레딧의 시스템은 사용자들이 주목하는 글은 추천을 통해 위로 올라간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단 그녀의 글은 이내 베스트글로 상단으로 떠올랐다.

많은 질문이 오갔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영화사 측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했냐는 것.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녀는 ‘기백 달러를 받았다’고 답했다. 다만 지난해 자신이 사용하는 랜덤메일을 통해 영화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자신의 e메일을 어떻게 영화사 측이 알아냈는지는 자신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레딧 글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영상이 나오는 초반 부분을 제외하고 영화 전편을 아직 보진 못했다. 신생아를 키우느라 차분히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유튜브에 이 50초짜리 영상을 올린 것은 2015년의 일이지만, 영상은 그녀의 동생이 2009년에 찍은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피자박스를 접는 사람’ 바이럴이 성공한 것도 레딧 덕분이었다. 당시 지역매체 인터뷰를 통해 미국 희극인 엘렌 드제너러스가 진행하는 ‘엘렌쇼’에 나가고 싶다고 밝혔지만 방송출연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자신의 표현대로 ‘영화 역사의 일부’가 된 셈이니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첫 영상은 한동안 유튜브에서 수익창출을 했는데, 유튜브 정책이 바뀌면서 수익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기생충>이 4관왕 하던 날, 오가는 축하 와중에 ‘다시 수익을 내려면 1000명의 구독자를 달성해야 한다’고 그녀가 밝히니 레딧 회원들이 앞다투어 구독신청해 도왔다. 그녀는 ‘이 맛에 레딧을 한다’고 감사 글을 남겼다. 그녀가 새로 등록한 <기생충>과 관련한 브이로그도 레딧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올린 것이다. 2월 13일 현재 그녀 채널의 구독자 수는 1620명. 댓글 등으로 미뤄보면 한국 누리꾼 응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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