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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은 쉼표와 위로의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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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혜정 나레이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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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의 시조새.

서혜정낭독연구소 대표인 성우 서혜정(58)에게 붙은 별명이다. 오디오북이 시디(CD)에 담긴 학습 콘텐츠나 시각장애인용 출판물 정도로 알려져 있던 2000년대 초, 그는 과감히 오디오북 제작업체를 차렸다. 성우로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 차원에서 간간이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는 20년 전부터 이미 미국·유럽에 불어닥친 ‘해리포터 오디오북 열풍’ 등을 지켜보면서 오디오북의 밝은 미래를 예감했다. 하지만, 너무 앞서갔다. 쫄딱 망했다. “아파트 한 채 날렸죠. 하하하.”

11일 서울 종로구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오디오북 제작 스튜디오에서 만난 서혜정 대표는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그는 최근 몇년새 오디오북 콘텐츠가 부쩍 늘어나고, 기업 투자와 정부 지원이 활발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나레이터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직감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서혜정낭독연구소 문을 열었다.

“나레이터는 책과 ‘밀당’을 벌일 줄 알아야 해요. 책 속에 푹 빠져서 자아를 내려놓고 몰아쳐야 할 대목에선 몰입하고, 늦출 땐 늦추면서 독자들의 귀를 붙들어야 하지요. 지금은 나레이터 양성 교육에 집중하면서 앞으로 실력 있는 나레이터들을 배출해서 출판사나 오디어북 제작 업체와 맺어주는 에이전시로 키우고 싶어요.”

그는 무엇보다도 ‘순수한 낭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오디오북 낭송은 너무 현란한 기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오디오북은 쉼표와 위로의 미디어에 가까워요. 저는 불면증 환자에게 오디오북을 권하거든요.” 또 책과 나레이터의 ‘궁합’도 중요하다고 했다. “저처럼 목소리가 다듬어진 전문 성우들은 고전이 잘 어울려요. 반면 요즘 쏟아지는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인 작품은 안 맞지요. 마치 중년 배우가 중년을 연기하듯 작품의 색깔에 어울리는 나레이터가 있어요.”

그는 “재미있게 읽은 책은 다시 귀로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오디오북과 전자책, 종이책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낭독이 책읽기의 즐거움과 효율을 배가시킨다고 강조했다. “원하는 책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녹음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들어보세요. 마치 영어도 많이 들으면 발음이 좋아지듯이, 몸통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의 텍스트는 책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거든요.”

6년째 부산 지역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오디오북 낭송·제작을 교육하고 있는 그는 “누구나 다 나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몸 전체에서 나오는 울림이에요. 척추가 휜 사람들은 제대로 발성을 할 수 없어요. 몸과 자세를 곧고 바르게 해서 제대로 된 발성을 하고,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하고 계속 훈련하면 누구나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어요.”

글 이주현 기자,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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