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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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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족으로 재기 성공한 스노보더… '아이언맨' 의족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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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로 생산성 확보
"3D 시뮬레이션으로 모형 즉각 변형"
차기 모델로 ‘아이언맨’ 의족 준비 중

조선비즈

미국 스노보더 출신 마이크 슐츠가 맞춤형 의족을 착용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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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만들지 못한 걸 제작해보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더 많은 사람을 돕고자 창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10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연례 컨퍼런스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0’ 행사장. 마이크 슐츠(39)가 겉으로 보기엔 장애가 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일반 사람과 똑같은 걸음걸이로 입장했다. 그는 한 쪽 다리가 불구다. 슐츠는 이날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다리를 절단한 뒤 낙담하고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앞을 향해 나아가야 겠다고 생각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미국 스노보더 출신 슐츠는 2008년 12월 미시간주에서 경기를 하던 중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중심을 잃고 스노 모빌에서 튕겨져나가는 바람에 왼쪽 무릎이 크게 뒤틀렸고, 신경이 끊어진 것이다. 다리를 절단한 그는 의족을 착용해 다시 걷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단순히 거동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미네소타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작업장을 차리고 스포츠 등 격렬한 활동에 적합한 의족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슐츠는 "좀 더 나은 다리를 설계했고, 사고가 일어난 지 7개월이 지나서 X게임(익스트림 스포츠) 스노보드 대회에 참가해 은메달을 땄다"며 "그해 여름이 지나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오늘날 전 세계에 고객을 두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아내와 ‘바이오댑트(BioDapt)’라는 회사를 만들어 맞춤형 의족을 제작하고 있다. 스노보드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미국 등 6개국의 하지 절단 선수 20여명이 슐츠의 제품을 착용하고 출전했다.

슐츠는 어떻게 제각기 다른 수요에 맞춰 의족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슐츠는 당초 직접 손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다듬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 많은 맞춤형 의족을 만드는 데 플라스틱 형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CAD(Center for Advanced Design)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슐츠는 "맞춤형 의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프링과 같은 반동을 갖추는 등 하나의 정밀한 근육처럼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매일 움직임을 측정하고,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맞춤형 의족을 쓰려면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CAD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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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노보더 출신 마이크 슐츠가 차세대 맞춤형 의족으로 준비 중인 ‘아이언맨’ 의족을 소개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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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슐츠와 함께 강연대에 오른 제시 한(Jesse Hahne) CAD 사장은 다쏘시스템의 ‘솔리드웍스’가 생산성 증대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솔리드웍스는 다쏘시스템이 만든 컴퓨터 지원설계(Computer Aided Design·CAD) 프로그램으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3D 설계 앱인 ‘X디자인’과 가상으로 제품 모형을 만들어보는 ‘X쉐이프(shape)’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이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품 검증을 한다.

한 사장은 "웍스슐츠와 1년 이상 협업을 통해 제품 디자인 리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X쉐이프가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3D 모형을 즉각즉각 바꿔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다. 슐츠도 "솔리드웍스를 활용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고, 앞으로 후행 장애인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맞춤형 의족으로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을 본딴 모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언맨 팬이라서 영감을 얻었다"며 "X쉐이퍼와 X디자인을 사용해 새로운 커버를 만들고 있다. 스포츠에 더 경쟁력 있는 외형을 갖추려는 취지"라고 했다.

내슈빌(미국)=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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