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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현장의 시각] 불확실성 키우는 금투세 결정, 이렇게 시간 끌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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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부와 여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당내 금투세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예정대로 시행할지, 도입을 또 유예할지를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의 양도 차익이 500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22~27.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하고, 채권이나 해외 주식 등 기타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250만 원까지 소득을 공제한다. 비과세였던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차례 시행 유예를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이 예정돼 있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결정권은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갖고 있다. 한데 시행을 불과 3개월 남겨두고도 방향을 확정하지 않아 투자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그간 부자 감세 논리를 내세워 금투세 폐지에 반대해 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도입 강행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강경파다. 그런데 최근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소영·이연희·전용기·김현정 의원 등 시행 유예 의견을 밝히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민주당 내 유예파는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취약성, 부작용, 조세 저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 선행 등을 이유로 든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 내세우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전 여야가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을 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식시장 침체 우려였다. 지금이라고 다른가. 코스피지수는 2021년 3300을 찍고 2022년 말 2200까지 내려갔다. 지금도 2500선을 맴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연중 마이너스 4%)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함께 세계 꼴찌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어차피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금투세를 도입해도 낼 세금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있다.

금투세 시행이냐, (또) 유예냐, 폐지냐를 둘러싼 반복된 논란 자체가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5. 글로벌 증시 폭락 후 주요국 증시가 하락 폭을 모두 만회한 후 다시 오르는 동안 홀로 떨어진 만큼도 못 올라갔다. 그만큼 힘이 없고 허약하다.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변동성 확대,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정점론, 원화 강세 등의 불안 요인에 더해 금투세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정치권 결정이 지지부진하게 미뤄지면서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사에서도 차질이 크다. 금융사들은 투자 손익 원천징수 책임을 맡아 전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그런데 제도의 세부 적용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그 전에 시스템 구축을 완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했을 때 펼쳐질 혼돈은 안 봐도 뻔하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금 변경 결정은 결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조속히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가급적이면 또다시 유예는 아니기를 바란다. 또 몇 년 후에 2년 전의, 그리고 지금의 이 지리멸렬한 공방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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