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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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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유승민 `보수재건 3원칙' 확약없이 합당도장 찍으면 명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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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결국 자유한국당과 합쳐 통합신당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번 4·15 총선에서 한국당과 선거 연대를 추진한다며 통합논의에서 한발짝 빼는가 싶더니 쫓기듯 신설 합당 쪽으로 진로를 급변경했다. 창당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 되는 새로운보수당의 존립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안별로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 등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끝내 접은 것이다. 명분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 저지를 들었다.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정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는 거창한 명제까지 들고나왔다. 이런 결정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 불출마라는 '자기 희생정신'도 보여주려 애쓴 흔적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자기 입장을 크게 수정하다가 보니 정당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느라 여기저기에서 명분을 끌어다 붙인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유 의원의 비장미 넘치는 선언은 울림이나 숙연함보다는 왠지 공허함과 허탈감을 준다. 먼저, 그가 박근혜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지내며 눈 밖에 난 뒤로 간난신고를 겪으면서도 지켜왔던 개혁보수의 가치와 정치실험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없다. 선거시즌이면 되풀이되는 원칙과 기준도 없는 합종연횡 속으로 백기투항하듯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그가 내걸었던 '보수 재건 3원칙'에 대해선 한국당에 현찰로 받는 게 아니라 어음 결제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즉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 보수로 나아갈 것, 새집을 지을 것이라는 3원칙을 지키겠다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약속을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는 두루뭉술한 선언적 약속만 나와도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 또 본인 스스로 쩨쩨해 보이기 싫었는지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해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백지위임'하는 태도도 보였는데, 이 또한 전략적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공간을 딱 부러지게 확보해 놓지 않으면 합당 뒤 만에 하나라도 있을 '변심'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유 의원의 다급한 결정은 물론 새보수당 내부 사정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대를 한국당 쪽에 타진했다가 퇴짜를 맞자 새보수당 일부 의원들이 선도 탈당을 통해 통합문제에 대한 유 의원의 결단을 압박하겠다는 험악한 상황에까지 도달한 참이었다. 그렇다고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후 조율'을 전제조건으로 덜컥 합친다면 마차를 말 앞에 놓는 것만큼이나 선후가 잘못된 일이 된다. '문재인 정부 독주 저지'라는 용광로에 다름과 차이를 다 녹여내자는 선의로 포장된 다짐과 동류의식만으로 합당에 도장을 찍었다간 반드시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김웅 전 검사가 새보수당에 먼저 입당을 타진한 이유도 한국당과는 다른 지향과 노선, 정당 구성원들을 봤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제 발로 찾아온 이런 류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한국당과의 '일단 믿고 합당' 방식은 설득력이 없어 보일 것임이 틀림없다. 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변한 게 없는데, 합당으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합당 결심을 말씀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이 고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라고 했다.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는 결정으로 지지자들은 물론 더 나아가 국민을 설득하려고 나선 배경이 아리송하다. 차라리 보수진영의 총선승리를 위해 '무조건' 뭉치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적어도 구차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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