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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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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朴 탄핵 책임" vs "이낙연, 文 폭주 방관자"… 李·黃 맞붙는 종로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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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황교안 대진표 확정 후 종로 가보니
李 지지 주민들, "황교안은 박근혜 정권 마지막 총리⋯ 朴 탄핵에 책임 있어 안돼"
黃 지지 주민들, "文정권 2년반 총리 이낙연⋯ 정권 폭주 저지하려면 떨어뜨려야"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맞대결이 성사된 서울 종로는 8일 시계를 2012년과 2017년으로 돌려놓은 것 같았다. 이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종로 주민들은 "황 대표는 박 정부 탄핵에 책임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반면 황 대표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이 전 총리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을 낙선시킨' 2012년 대선과 '박근혜를 심판한' 2017년 대선이 2020년 종로에 그대로 옮겨진 듯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거다. 이 때문인지 선거전 초반 황 대표는 '무법왕(無法王) 문재인과의 대결'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며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반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는 "나라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미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8일 오후 종로구 계동의 한 식당. TV에선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종로 빅매치가 성사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식당 주인 박모(61)씨는 "이 전 총리를 찍을 것"이라면서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탄핵에 책임 있는 사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식당을 나와 효자동을 향해 걷다가 마주친 임모(31)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지난 조국 사태를 보며 문재인 정부에 신뢰를 잃었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바꾸려면 황 대표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으로 이 전 총리와 맞대결이 성사된 종로. 이곳 주민들은 이·황 두 사람에 대한 지지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 전 총리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주로 황 대표가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총리였다는 점을 들어 그를 찍지 않겠다고 했다. "황 대표가 종로를 피하려다 등 떠밀려 나오지 않았느냐"는 말도 꽤 나왔다. 반면 황 대표를 찍겠다고 한 주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황 대표 주장에 동의한다"며 "정권을 심판하려면 그 정권 총리 출신인 이 전 총리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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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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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창신골목시장에서 미곡상을 하는 신창현(63)씨는 "종로는 이낙연이다.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했으니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신씨는 "한국당은 정권을 잡고 국정농단을 하지 않았느냐"며 "당시 총리를 지낸 황 대표는 뭐했나. 그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식당을 하는 김모(69)씨는 "황 대표가 정부를 상대로 싸움만 하지 않았냐"며 "황 대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전셋집을 얻은 교남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최모(37)씨는 "등 떠밀려 출마한 황 대표가 종로 발전을 위해 준비한 게 있겠나"라며 "그보다는 힘 있는 현 정권 총리 출신이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교남동에서 만난 김모(79)씨는 "정권을 바꾸기 위해 황 대표가 당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 동네에서 58년째 살고 있다는 김씨는 "뉴스 안 보느냐. 현 정권이 문제투성이가 되도록 이 전 총리가 방관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모(21)씨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제 생각과 맞지 않는다"며 "굳이 고르자면 황 대표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창신동에서 옷 가게를 하는 양모(69)씨는 "광화문집회에서 황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며 "정권에 경고를 하겠다는 황 대표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李 "대학 때 종로 사는 게 꿈 같았다" vs 黃 "종로는 학창 시절 꿈 키운 희망의 땅"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총선은 '촛불혁명의 완성이 돼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잃은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 3년을 심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 정권 심판론'과 '현 정권 심판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선거전 초반 캠페인 기조에는 차이도 엿보인다. 황 대표는 이 전 총리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을 강조하는 반면,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에게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미래'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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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4·15 총선 종로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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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종로 선거는 후보 간 대결의 장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무법왕(無法王)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라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이 전 총리는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종로 선거가 이 전 총리와 자신의 '대선 전초전'이 아닌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이 전 총리는 황 대표가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자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치적 이슈보다는 지역 현안 파악에 치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돈화문로 재정비구역 발전위원회 관계자를 만났을 때 "종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다녀보니 아는 게 별로 없다"며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했다.

전직 총리, 특히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두 사람이지만 총선은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파고 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리는 열흘만인 지난 2일 교남동의 한 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17년간 보유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도 지난 7일 팔았다.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 선언 이튿날부터 잠원동 자택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창신골목시장·통인시장을 찾았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선거운동을 할 때는) 일을 중심으로 대화한다. 복덕방, 미장원, 세탁소 주인들과 모여 간담회를 하고 막걸리를 마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출마 선언 이튿날인 8일에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전셋집과 선거사무소 자리를 알아봤다고 한다. 현재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에 살고 있는 황 대표는 측근들에게 "아내와 두 명이 살 집인데 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지난해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에도 창원에 '원룸'을 얻어 상주하며 선거 지원을 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전셋집으로 아파트, 다세대주택 가리지 않고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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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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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종로와의 인연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민주당 복귀 환영식에서 "청년 시절 제일 많이 산 곳이 종로라서 추억이 많다. 시골뜨기로서 종로에 산다는 것은 꿈같은 것이었다"며 "효자동, 부암동, 평창동, 창신동, 신문로와 삼청동의 독서실 등등에 제 청춘의 흔적이 있다"고 했다. 전남 출신인 이 전 총리는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는 종로구 동숭동 문리대 캠퍼스(현 마로니에 공원)에 있었다.

황 대표도 9일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과 명륜동 성균관대를 찾는다. 황 대표는 정독도서관 자리에 있던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종로는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춘의 꿈을 키워온 희망의 땅이다. 가로수 하나하나와 골목 곳곳에 제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당 진영 후보 우세, 19·20대는 민주당 후보 당선⋯ 종로구민 선택은?

전직 총리 출신이자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이 맞붙는 이번 선거는 2년 앞으로 다가온 2022년 대통령 선거의 '대리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종로는 수도 서울의 중심이고 종로를 어느 쪽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총선과 대선 판도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종로는 과거엔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10대 총선 때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 정대철 후보가 당선된 이후 11~15대까지 연이어 현재의 한국당 전신 정당 후보 후보가(11~14대 이종찬, 15대 이명박) 승리했다.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당시 신한국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자진 사퇴해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긴 했지만 이후 16대~18대까지 또다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보수 정권 시절인 19·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총리가 연이어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대통령·서울시장·구청장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종로구 전 지역에서 한국당 후보를 앞서는 등 종로는 현 여권 진영의 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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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리가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BS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서울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총리 지지율은 53.2%, 황 대표는 26.0%였다(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이 조사는 이 전 총리가 출마를 선언해 언론의 조명을 받은 반면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실시됐다. 또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보수 성향 유권자 표 결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대 총선을 20일 정도 앞두고 실시됐던 KBS·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45.8%의 지지율을 얻어 28.5%의 민주당 정세균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하지만 선거 일주일 전 오세훈 40.0%, 정세균 40.4%로 좁혀졌고, 선거 결과는 52.6%를 얻은 정 후보가 승리했다. 또 20대 총선 이후 돈의문뉴타운 사업으로 교남동에 2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 기존 종로 유권자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축 아파트에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많이 입주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이 아파트 가격이 10억원대에 거래돼 현 정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로 치러진 2012년 대선 때는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종로에서는 당시 문 후보가 51.4% 득표율로 박 전 대통령(득표율 48.2%)을 앞섰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2017년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이 종로에서 41.6% 득표율로 1위를 했지만 홍준표(21.8%)·안철수(21.8%) 후보 득표율 합(合)이 더 많았다.

공직 선거 경험은 이 전 총리가 많다. 그는 전남 함평·영광·장성·담양에서 4선(16~19대)을 하고 2014년 지방선거에 전남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반면 황 대표는 이번 총선이 첫 공직선거 도전이다. 다만 그는 작년 2월 한국당 당대표 경선 첫 도전에 당권을 거머쥔 경험이 있다. 이 전 총리는 출마한 모든 선거가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이었다. 이 때문에 이·황 두 사람이 이번에 진짜 민심의 심판대에서 겨루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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