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세대) 네트워크·인공지능 로봇·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차량 공유·실시간 배달 주문 서비스와 같은 신(新)산업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17년 전 사스(SARS) 사태 때는 시민들이 집에 갇혀 전화로만 안부를 묻곤 했는데, 이번엔 온라인으로 진료도 받고, 감염자 현황도 체크할 수 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자마 천사'가 된 中 의료진
"의사 선생님, 어제부터 목이 좀 따갑고 감기 증상이 있습니다. 우한 폐렴에 감염된 걸까요?"
지난 3일 중국 네이멍구시에 거주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궈(郭)모씨 컴퓨터 모니터에는 '띠링' 하는 알림음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한 우한시에 사는 30대 여성이 온라인 진료 사이트 '핑안굿닥터'를 통해 보낸 메시지였다. 궈씨는 "지금 체온이 몇 도 정도인지 체크해 보세요"라고 했다.
"36도"라는 여성의 말에 궈씨는 "일단 목감기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당황하지 말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궈씨는 "잠자는 시간만 빼고, 매일 온라인으로 환자 200여명을 진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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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언론은 궈씨처럼 집에서 온라인으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파자마 천사'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사스 때는 밤낮없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을 '백의 천사'라고 불렀지만, 원격 진료 환경이 갖춰지면서 명칭이 바뀐 것이다. 알리바바·웨이보·딩샹닥터 등 원격 진료 사이트를 운영하는 IT 기업에는 의사 프로필 수만 건이 등록됐다.
이런 IT 기업들이 우한 폐렴 사태가 발발하자 "우한 시민들 대상으로 무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주일에만 140만명이 넘는 시민이 원격 진료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의료업계 관계자는 "원격 진료를 맡는 전국 각지 의사들이 전염병을 막는 일선 병원을 뒤에서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5G가 봉쇄된 우한의 외부 정보 통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는 지난주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1000㎞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의료진이 선명한 화질로 화상회의를 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예컨대 우한 현지 의사들은 추가 의심 환자가 생기면 직접 보기도 하지만, 일부는 ZTE의 5G망으로 연결된 쓰촨성의 쓰촨대 서중국병원에 의심 환자의 폐를 찍은 CT(단층촬영) 자료를 보내 판단을 맡긴다. 우한 현지의 의료진 공백을 메꾸는 것이다. 5G망은 4G(4세대)에 비해 통신 지연 시간이 짧고, CT 영상 등 대용량 환자 의료 데이터를 먼 곳까지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어 신속한 감염병 진단에 유리하다.
◇카풀은 우한에서 의료진 귀가 도와
사실상 공공 운송 수단이 중단된 우한시에선 중국 대표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이 지난달 25일부터 카풀 기사 200명으로 꾸려진 '의료인 이송 전담팀'을 출범했다. 버스·지하철·택시 등 이동 수단이 없어진 우한에서 카풀이 유일한 이동 서비스로 남은 것이다.
방호복과 마스크로 무장한 카풀 기사들은 디디추싱 앱에서 의료진의 콜을 받는다. 디디추싱 관계자는 "우한시에 있는 의료진 총 2438명만 쓸 수 있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긴급 개발했다"며 "의료진이 스마트폰으로 평소 카풀 차량을 부르듯 전담팀 차량을 부르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전담팀 차량을 배차한다"고 말했다.
◇'언택트 배송'으로 끼니 해결
중국 대표 배달 앱인 '메이퇀'은 지난달 26일부터 소독된 음식 박스에 음식을 담아 손님이 지정한 곳에 두고 오는 '언택트(접촉 없는)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아파트에는 메이퇀이 개발한 '음식 배송 박스'가 들어서기도 했다. 마치 대형 우편함처럼 생긴 이 박스는 칸마다 보온 기능이 탑재돼 있다. 배달원이 음식을 배송 박스에 넣어두고 떠나면, 고객이 내려와서 음식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배달 업체인 '어러머'는 우한시에 신선식품 매장 100여곳을 열고, 주민들에게 실시간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도 감염자와 접촉했을까?" 빅데이터로 확인
중국 보안 업체 치후360은 최근 항공편 등을 입력해 우한 폐렴 확진자와 함께 여행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용자가 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에서 자신의 여행 날짜와 항공편, 기차 정보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빅데이터에 기록된 확진자 동선 정보와 비교해 분석해준다.
이 업체는 CCTV,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에서 확진자 관련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AI)으로 학습했다. 만약 감염자와 동선이 겹치면, 인공지능은 "자가 격리 조치 후 의사 진료를 받아라"라는 권고 메시지를 보낸다. 중국 시나닷컴에 따르면 이 앱은 서비스 개시 이틀 만에 2100만명이 사용했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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