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가격 추이가 상승세로 접어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는 ‘뜻밖의 구원투수’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7년만에 출시되는 양대 신규 게임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X 덕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PS5 로고. /소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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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규 콘솔 제작사들과 GDDR6 D램 공급을 위한 협업을 원활히 진행 중"이라며 "GDDR6가 올해 실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GDDR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쓰이는 고성능 D램이다. 빠른 그래픽 연산을 위해 일반 D램보다 높은 대역폭(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주파수 범위)을 지닌다. GDDR6는 GDDR의 여섯번째 표준으로, 현존하는 가장 빠른 그래픽 전용 메모리다.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가격도 PC용 D램보다 높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 11월 성수기 신규 게임기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가 새 게임기를 내놓는 건 2013년 11월 이후 7년만이다. 두 게임기는 모두 최대 16GB(기가바이트) GDDR6 D램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그래픽 분야에서 50%가량의 비트(bit) 기준 판매량 증가를 예상한다"며 "신규 게임 콘솔 발매에 따른 GDDR6가 그 중심에 있고, 프리미엄 제품인만큼 평균판매가격(ASP)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게임기 발매는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 업황에도 호재다. 소니와 MS는 모두 새 게임기 저장장치로 SSD(Solid State Drive)를 기본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출시한 PS4와 엑스박스 원은 500GB 하드디스크를 채용했다. SSD는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하드디스크보다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다. 더 쾌적한 게이밍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소니와 MS는 신규 게임기에 장착할 SSD 용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500GB~1TB(테라바이트) SSD 채용 가능성을 높게 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엑스박스 시리즈 X./마이크로소프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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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와 엑스박스 원은 출시 후 1년간 각각 1400만대, 1000만대가 팔렸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각각 1억대, 5000만대에 달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게임기의 첫해 판매량을 적용할 경우, 올 4분기에만 적어도 365~730만TB의 SSD 수요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4분기 낸드 총수요 추정치의 3.5~7%"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중순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X 제조를 위한 부품 공급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신규 게임기가 나올 때면 예약이 폭증해 물량이 부족할 정도"라며 "7년만의 새 게임기 출시인 만큼, 올해 말부터 내년초까지 게임기발(發) 메모리 수요가 계속될 수 있다"고 봤다.
신규 게임기 출시 즈음엔 엔비디아(Nvidia)의 새 GPU 출시도 예정돼 있다. 연말 GDDR6 수요가 순간 폭증하며 재고 확보를 위한 수급난이 펼쳐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3사가 웨이퍼 용량 일부를 GDDR용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며 "올해 GDDR D램 연간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하고, 올해 SSD 총 출하량 3~5%를 신규 콘솔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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