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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김범준의 돈의맛]짙어지는 은행권 먹구름..DLF·라임 '쿠오 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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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고기와 뒷담화는 씹어야 제맛이고, 술잔과 사랑은 나눠야 맛있다. 그렇다면 돈은? 잘 알고 잘 굴리고 잘 써야 맛이다. 서울 을지로·여의도 금융가(街) 뒷이야기, 욜테크(YOLO+짠테크) 족(族)을 위한 금융 꿀팁, 직장인들의 핫플레이스·맛집·패션 등 괜찮은 소비생활을 ‘돈의맛’ 코너로 전하고자 한다.

이데일리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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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을 뒤덮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DLF 불완전판매를 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및 경영진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오히려 더욱 짙어지고 있죠.

양 기관은 각각 업무 일부정지 6월 및 200억원 이상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문책 경고,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문책 경고 상당,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은 아닌, 추후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이르면 3월초쯤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제재심 결정은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수준이라는 평가입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요,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됩니다. 금융기관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됩니다.

특히 우리금융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근 단독 후보로 추대된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금감원의 이번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진행 중이던 신임 우리은행장 인선 절차도 잠정 중단하고 이어지는 계열사 대표 및 임원 인사도 일제히 연기했죠.

제재 결과는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올 3월초쯤 최종 확정될 전망이지만, 사태의 장기화와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손 회장이 그 전에 스스로 ‘거취’에 대한 용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따릅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회장직과 우리은행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는 손 회장의 은행장 임기는 아직 1년 더 남은 상황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도 제재심의 중징계 처분이 확정될 경우 내년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도전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DLF 사태 후폭풍에서 비껴간 다른 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마음은 좀처럼 편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라임 사태’라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어서죠.

한때 잘나갔던 라임자산운용는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 의혹으로 고꾸라졌습니다. 환매 중단 금액은 초기 6000억원대로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약 1조6700억원까지 불어난 상황이죠. 조만간 금융당국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고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면 사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판매액 약 5조7000억원 중 은행들이 판매한 펀드 규모는 △우리은행 5180억원 △신한은행 3944억원 △KEB하나은행 1416억원 △부산은행 734억원 △NH농협은행 462억원 등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 잔액 중 700억원 안팎의 금액이 최근 환매가 중단된 무역금융 펀드 등에 들어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자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됩니다.

신한은행에 신한금융투자까지 더하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판매 합계액은 7753억원 대신증권(847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상황입니다. 규모가 크고 상황이 심각한 만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 사내·외 이사들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라임 사태에 대한 현황보고를 받기도 했죠.

“은행들은 당분간 숨만 죽이고 있을 거예요. 고객들이 원한다고, 남들이 다 한다고 그저 좇아간 ‘탐욕의 시장’에 휘둘린 대가랄까요….”

이번 DLF와 라임 사태를 두고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뱅커(Banker)는 이렇게 말하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쿠오 바디스(Quo Vadis, 어디로 가시나이까). 은행들이 스스로 먹구름을 걷어가며 한층 더 성숙한 ‘동반자 은행’의 길을 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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