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타결 안되면 4월 1일부로 무급휴직 실시
형식적인 수준 넘어 이번처럼 구체적 조치는 처음
"미군 기지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그래도 계속 근무할 것"
지난 1월 14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에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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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29일 “2019년 SMA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한국인 직원 9000여명에게 2020년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오늘 시작했다”며 “타운홀 미팅 형식의 설명회가 전국 부대에서 28~ 30일 열린다”고 밝혔다. 이는 무급휴직을 비롯, 임금 삭감 내용은 시행 60일 전에 통보돼야 한다는 미국 법에 따른 조치다. 대상 한국인 직원 전원은 오는 31일 이전 잠정적인 무급휴직에 대한 공지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한미군 측은 설명했다.
주한미군으로선 SMA가 2월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당장 오는 4월부터는 한국인 직원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은 이를 재정 소진이라는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SMA 이행 약정에 따라 1년 중 25%에 해당하는 최대 3개월 치 인건비는 미국이 지불할 수 있는 반면, 나머지 9개월 치는 한국 정부의 몫이라고 한다. 정부 내 절차와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2월 중순까진 SMA 협상이 타결돼야 무급휴직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캠프 험프리스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엔사령부 겸 주한미군사령부 본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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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이번 행보를 놓고 기지 내 한국인 직원들 사이에선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과거엔 무급휴직 가능성이 거론되는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엔 실제 후속 조치가 하나씩 진행되고 있어서다.
손지오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노조 사무국장은 “본격적인 SMA 협상을 앞두고 하반기쯤 ‘무급휴직이 실시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이 형식적으로 내려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주한미군이 ‘60일 전 사전 통보’ 등 추가 행동에 나선 건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에도 10월 1일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노조 측에 보낸 적이 있다.
주한미군이 이번 통보 대상에 필수직 한국인 직원 2000여명을 포함한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10월 이후 9000여명 한국인 직원 중 소방, 상하수도 업무 등 기지 운용에 필요한 필수직 인력 2000여명을 따로 분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이들에게도 예외 없이 무급휴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의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SMA 협상의 지연 등으로 인해 몇몇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생명·건강·안전과 관련된 업무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지만 일부 노선버스의 운행 시간은 SMA 합의가 있을 때까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에 대한 무급휴직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 기지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 한국 협상팀에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주한미군이 미국과 한국 협상팀 모두에게 신속한 합의를 주문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주한미군 한국인 근무자들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근무한다는 입장이다. 손 사무국장은 “주한미군 기지 운용은 단순한 공공 서비스 차원을 넘어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무급휴직과 관계없이 우리는 정상 근무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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