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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검찰청 점거에 현직 때 좌파단체 후원도… 추미애는 '운동권 검사'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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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특보 출신 이종근, 신라젠 수사중인 남부지검 차장
국정원 댓글수사中 좌파단체 후원 진재선은 개혁 담당
1988년 서울지검 점거했던 검사는 檢간부들 비리 감시
검찰 인사·예산 담당과장은 19년前 집권당사 점거 농성

23일 발표된 검찰 정기 인사 면면을 뜯어 보면 '운동권 출신' 검사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학창 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거나 시위 참여로 형사 처벌을 받은 이종근(51·사법연수원 28기), 진재선(46·30기), 허정수(54·30기), 김태훈(49·30기) 검사 등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들과 현 정권 수사를 지휘해온 주요 검찰청 차장검사들이 대거 교체된 반면 이들은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불거진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검찰청의 차장이나 검찰 개혁 실무 부서를 맡게 됐다.

조선일보

이종근(왼쪽부터) 신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진재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허정수 대검 특별감찰단장,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조선DB·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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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로 발령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검찰 내 대표적 ‘운동권’ 출신 검사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검찰 내부망에 "검찰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국민들이 많다"면서 "수사 과정에 잘못이 없었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려 주목 받았다. 문재인 정부 첫 법무장관인 박상기 장관 때는 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조국 전 장관 취임 후에는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부단장으로 발탁됐다. 현 정부 검찰의 숨은 실세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이 차장검사가 발령난 서울남부지검에는 얼마 전까지 주가 조작, 금융 사기 사건 등을 전담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려온 증권범죄합수단이 있었다. 최근에는 여권 주요 인사 이름이 다수 오르내렸던 바이오기업 신라젠과, 피해 규모가 1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라임 사태’를 수사했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환매 중단 관련 사기 및 부정거래 등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 투자 수사가 진행될 때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운동권 출신 여권 인사들이 펀드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비(非)직제부서인 증권범죄합수단을 공판부로 바꾸기로 했다. 검찰 주변에선 "친문(親文) 자금줄이라도 튀어나올까봐 수사팀을 흔들고도 안심이 안 돼 이 차장을 보내 뒷문 잠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직제상 이 차장검사는 형사부를 총괄하는 1차장을 맡아서 금융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한편 이 차장검사의 아내는 이번 인사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새로 보임된 박은정(48·29기) 검사다. 한 검찰 간부는 "부부가 연이어 법무부에서 장관 비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당혹스럽다"고 했다.

진재선 법무부 검찰과장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 조치 등의 업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법대 92학번인 진 과장은 민중주의(PD) 계열의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부총학생회장을 맡은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 있을 때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좌파 단체인 ‘사회진보연대’에 후원금을 낸 사실이 공개돼 정치적 중립 논란이 일었다. 김진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진 과장이 ‘사회진보연대’에 후원금을 냈다고 밝혔고, 검찰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진 검사가 후원자 명단에 오른 것은 맞지만 학창 시절 선후배에 대한 개인적인 행동이었고,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검사로서 처신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은 진 검사 옹호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2013년 6월 "진재선 검사. 서울대 차석 입학 후 학생 운동에 투신해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했다"면서 "사회악 척결의 신념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고자 검찰에 투신해 맹활약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학생 운동권 출신은 검사가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라면서 "검사에 대한 평가는 그가 담당한 수사 및 기소로 평가돼야 하지 않겠는가. 90년대 학생 운동에 투신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한가"라고 지적했다.

허정수 의정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대검 특별감찰단장으로 발탁됐다. 부장검사 이상 간부들에 대한 감찰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1988년 5공 비리 청산을 주장하며 서울지검 민원실을 점거 농성했던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졌다. 허 검사는 이 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연수원 성적이 상위권이라 초임지로 자신이 농성을 벌인 서울지검에 갔다고 한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과장에 발령난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검사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1991년 민자당사 점거 농성 사건으로 연행돼 집시법 위반죄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작년 10월 불법 유사 택시를 운영한 혐의로 타다 운영진인 VCNC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법(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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