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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르포]반란건·마스크 동났다…베이징 시민들 우한폐렴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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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37.5도 넘으면 감염병 응급실로 직행

하루 새 감염자 수십명 늘어…전역 확산

병원균 차단 마스크 온라인서도 품귀현상

사스 때 예방 효과 알려진 '반란건'도 매진

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입원한 베이징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끼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어제 우한폐렴 환자가 내려오는 걸 봤어요. 전 괜찮은데 아이들이 오히려 더 걱정하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질환 이른바 ‘우한폐렴’ 환자가 입원한 베이징시 북부의 한 병원. 이곳에서 청소 일을 하는 직원은 “우한폐렴 환자 입원 후 병원측이 소독 횟수를 늘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감염병 전문 병원인 이곳 발열과(감염병 응급실)에는 21일 마스크를 쓴 수십 명의 대기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병원에는 체온 37.5도가 넘으면 감염병 응급실로 가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의료진은 물론 청소부, 보안과 직원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감염병 응급실에 들어가 체온을 재볼 수 있냐고 묻자 간호사는 “먼저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현재 환자가 많아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번호표를 받는데만 70위안(약 1만2000원)이 들었다. ‘우한 폐렴’이 베이징으로 확산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시민들을 발열이 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은 탓이다.

5살 아이를 안고 차례를 기다리던 60대 할아버지는 “아이가 열이 나서 병원에 왔다”며 “한시간 넘게 기다렸다. 걱정되지만 그냥 감기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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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이 37.5도 이상인 환자는 감염병 응급실로 가라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일 베이징과 광둥성 선전에서 환자가 발생한 사실이 처음 공개된 이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22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베이징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하루 사이 5명 늘었다. 현재 진원지인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270명)을 비롯해 베이징시(10명), 광둥성(17명), 상하이시(6명), 저장성(5명), 톈진시(2명), 허난성(1명), 충칭시(5명), 쓰촨성(1명), 산둥성(1명) 등 각지에서 우한폐렴 환자가 300명 이상 발생했다. 이들 지역 외에도 9개 성과 홍콩에서 의심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루 사이에 수십명씩 환자가 늘어나고 피해지역도 급속도로 넓어지면서 중국에서 마스크 구하긴 ‘하늘의 별따기’다.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타오바오, 징둥에서 병원균 차단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3M KN95 마스크는 모두 매진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치료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반란건(板藍根·판란근)’도 덩달아 동났다.

민들레와 비슷하게 생긴 약초인 ‘반란건’은 사스 사태 때 중국 방역당국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학교 등에 집단공급했던 약재다. 그러나 당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수치로 확인된 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란건이 예방보다는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베이징 한 약국 약사는 “오후에 반란건과 마스크가 다 팔렸다. 사려면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란건이 ‘우한 폐렴’ 예방에 효능이 있는 거냐고 묻자 그는 “효능이 입증된 것도 아닌데 다들 사간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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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환자가 입원한 병원 앞 버스정류장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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