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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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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호박에 줄 긋고 수박? 정치권 우후죽순 ‘신장개업’ 대박집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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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중도ㆍ보수통합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가운데) 위원장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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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발길, 눈길이라도 끌어보고자 간판을 바꿔 달고 종업원들도 새로운 얼굴로 내세우는 떠들썩한 ‘신장개업’. 최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신장개업 움직임이 활발한데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섰고, 해외에서 머물다가 19일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독자세력화를 부르짖고 있죠.

이들의 ‘헤쳐 모여’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총선과 대선 등 큰 승부를 앞두곤 어김없이 벌어졌던 정당들의 이합집산을 통한 승리 방정식, 한 번 살펴봤습니다.

◇‘뭉치면 산다’ 정말 그럴까?
한국일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012년 3월 국회 귀빈식당에서 4·11 총선 국민승리를 위한 야권연대 조인식을 갖고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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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사 잘 되는 ‘대박집’이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겠죠. 정계에서도 마찬가지라 집권여당보다는 사정이 아쉬운 야당에서 통합에 열을 올리기 마련입니다. 물론 무조건 세만 불린다고 능사는 아니겠죠. 사실 총선용 ‘묻지마 연대’는 독이 든 성배가 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통합을 해놓고도 18대ㆍ19대 총선서 내리 진 당시 야권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통합의 깃발은 어찌어찌 세웠지만, 야권은 그 과정에서 공천 잡음을 비롯해 계파갈등 등 내부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했어요.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흔쾌히 한 표를 내줬을 리 없겠죠. 결국 2008년 18대 총선에서 중도정당들을 통합해 만든 민주진영의 통합민주당은 두 자릿수 의석(8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고조됐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여소야대를 노리던 ‘야권연대(민주통합당ㆍ통합진보당)’를 누르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어요.

◇차라리 ‘흩어져야’ 잘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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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사진촬영을 마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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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흩어져서 산 정당들도 있습니다. 바로 직전 총선(20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그랬죠. 2016년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지 못하면서 연일 자중지란을 거듭했어요. 문재인 당 대표의 재신임, 안철수를 비롯한 천정배 박주선 등 비주류 의원의 집단 탈당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였죠.

끝내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했고, 당시 여권이던 새누리당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어요.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이 원내 제1정당이 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애초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지지층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투표(민주당)와 비례정당 투표(국민의당)를 나누어 행사하는 분할투표를 행사했죠. 또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일부가 국민의당으로 이탈,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거뒀단 평가도 있었습니다.관련 기사: 4ㆍ13 민심의 반란, 어떻게 해석할까

◇선거용 연대, 안 하는 게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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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합당을 발표하는 김영삼(왼쪽) 전 대통령과 노태우(가운데)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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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진 않아요. 총선에선 영 힘을 못 썼지만,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대통령 선거’에선 활약을 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1990년 정당사상 초유의 여당(민주정의당)과 야당(통일민주당ㆍ신민주공화당)이 손을 잡은 3당합당이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에 교두보가 됐다는 평가인데요. YS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유명한 말도 이 때 나왔죠.

1997년 15대 대선 당시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 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의 일명 ‘DJP연합’이 성사되면서 승리를 가져다 줬어요. 당 대 당 합당은 아니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당시 대선 후보의 단일화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뤄졌습니다. 선거 바로 전날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 철회라는 폭탄 선언을 하면서 ‘이회창이 이겼다’는 전망들이 쏟아졌지만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끝이 났죠.

◇그럼 이번엔 어떻게 되는 거야?

이렇듯 수백여 개 정당이 점멸해 온 한국의 정당 사(史). 이번엔 자유한국당이 ‘헤처모여’의 깃발을 내걸면서 보수진영이 출렁거리고 있죠.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은 귀국한 안철수 전 대표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냈지만, 안 전 대표는 일단 “관심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관련 기사: 돌아온 안철수 “총선 출마 안 해… 중도정당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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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1년 4개월여 만에 귀국, 지지자들을 향해 절하고 있다. 영종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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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총선을 앞둔 야권발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게 됐어요. 유권자들의 시선은 이제 통합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호박에 살짝 줄 긋고 수박이라 우기는 수준의 신장개업이 이뤄지지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가 거센 것도 사실입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에 “정당 지도부에서 통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유권자, 지지층들이 안 따라가면 소용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통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케미’(케미스트리ㆍ조화)가 나오지 않는 경우엔 시너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대한민국 헌정 사(史) 최장수 정당은 어디?

한국 정당의 수명은 약 3년으로 매우 짧은 편입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고, 일본의 여당인 자유민주당도 1955년 창당했다는 점에 비교해보면요.

국회에 현존하는 정당 중 가장 오래된 정당은 정의당(2013년)이고요. 더불어민주당(2015년), 자유한국당(2017년)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당은 보수통합이 되면 다시 정당 이름을 바꿀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죠.

그렇다면 헌정 사에서 가장 오래 이름을 유지한 당은 어디 였을까요. 바로 2012년 간판을 내린 ‘한나라당’인데요, 한나라당은 1997년부터 무려 15년의 동안 같은 당명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이슈레터’가 마음에 드셨다면 <뉴:잼>을 구독해보세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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