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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박정호의 승부수…"스마트폰에 AI `누구`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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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무선이어폰을 끼고 있는 직장인 A씨에게 SK텔레콤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가 말을 건다. "○○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어요. 읽어드릴까요." A씨가 "아리아, 읽어줘"라고 답하자 메시지가 음성으로 재생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하고 답장까지 보낸다. 몇 분 후 인공지능이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왔어요. 받을까요"라고 묻는다. A씨가 "아리아, 받지마"라고 말하자 수신이 자동 종료된다.

이르면 올해 현실이 될 모습이다. SK텔레콤이 자사 AI 음성비서 '누구(NUGU)'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제어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누구 상품 개발을 총괄하는 이현아 AI서비스 단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누구가 지금까지 AI스피커와 자동차 내비게이션 영역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통신사 강점을 살려 모바일에 본격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대표적인 통화 플랫폼 'T전화'에 인공지능을 결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T전화는 전국 200만여 개 업체 연락처와 직접 연동된 T114를 비롯해 통화 자동녹음, 스팸전화를 걸러주는 안심통화, 해외로밍 등 통화에 관련된 SK텔레콤 핵심 서비스가 담겨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가입자가 1500만명, 하루 이용자 10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장착하게 되면 연락처 관리는 물론 발신자 추적, 스팸 차단 등을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거나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또 확장성도 높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FLO) 등 다양한 앱과 연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작년 말 조직개편때 T전화를 AI서비스단에 합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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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2016년 국내최초로 AI비서 누구를 출시한 후 스피커와 내비게이션(T맵), 셋톱박스(BTV) 등에 탑재해 왔다. SK텔레콤은 올해 T전화를 발판으로 스마트폰에 누구를 집어넣어 'AI 모바일 비서'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스마트폰에 SK텔레콤 인공지능을 장착한다는 구상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새해 화두로 던진 '초협력'과 맞닿아 있다. 박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의 독주를 막으려면 한국 기업들이 협력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카카오에 초협력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17일 신년인사회에서 삼성전자와 카카오도 AI 협력에 대해 "높은 단계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는 삼성의 AI비서인 '빅스비'가 들어가 있고 카카오도 카카오톡에 인공지능을 장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텔레콤 누구가 스마트폰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삼성전자와 카카오 간 초협력이 필수라는 얘기다.

이 단장은 "음성인식 기반 개인비서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며 "외국 IT 공룡에 대응하고 모바일 이용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면 국내 기업끼리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협력 방안은 올 상반기 중 구체화될 전망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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