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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기고] 증권범죄합수단 해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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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있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 덕분에 합동수사단 수사 대상인 상장회사들 주가가 올랐다는 소문까지 있다.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검찰로 이어지는 증권 사건 이첩이 너무 늦어 증권 범죄를 신속하게 이첩하고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합심해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다.

증권 범죄는 정보와 자료, 전문성을 합치지 않으면 밝히기가 쉽지 않다. 시세 조종이나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증권 범죄자들이 수익을 올린 뒤 1년이 더 지나 검찰에 사건이 넘어오면 진상을 밝히기 힘들었고 범죄자를 잡기도 힘들었다. 어떤 때는 사건이 검찰에 넘어갈 때까지 안심하고 주가를 조작하고 상장회사 돈을 빼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면 도망가거나 서로 모여 거짓말을 모의했다.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한 사람을 내세워 혼자 책임지게 하는 사례도 많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부와 금융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증권 범죄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기관 간 협업을 통한 신속성과 전문성의 결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치되는 것을 보고 참 잘된 일이라 여겼다.

증권가에 범죄자가 많아지면 통상 개미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범죄자들은 상장회사에 대한 엉터리 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갑자기 끌어올린 다음 시세 차익을 얻거나, 증자나 전환사채 등을 통해 생긴 돈을 횡령·배임 등 방법으로 몽땅 가져가 회사를 껍데기만 남게 만들어 결국 상장폐지에 이르게 한다. 상장폐지로 마지막에 휴지가 된 주식을 들고 있게 되는 사람은 대부분 개미투자자들이다. 최근에도 한 해에 수십 개 업체가 이런 식으로 상장폐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조직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013년 시작했으니 7년 되었다. 약 1000명이나 되는 증권 범죄자를 구속했다고 하니 여의도의 파수꾼 노릇을 제법 한 셈이다. 더욱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설치돼 있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증권시장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이관된 이후에는 증권시장 현실이나 문제점과 정보를 파악하기가 수월해져 더욱 효과적인 대응을 해왔다.

미국에서도 엔론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하자 법무부, 재무부, 노동부, 증권거래위원회, 선물거래위원회, 정보통신위원회 등 유관 기관을 모아 '기업사기범죄 조사협의체(Corporate Fraud Task Force)'를 만들었고 수년간 합동조사와 수사를 벌여 엔론 사건은 물론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을 비롯한 많은 증권 사건 실체를 효과적으로 적발해 기관별로 강력한 처벌과 제재를 해온 바 있었다. 미국 스스로 매우 성공한 사례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정식 직제에 없는 조직이라는 이유로 없어진다고 한다. 증권 범죄에 대해 국가 전체적인 대응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고, 앞으로 발전하고 전문화돼 가는 증권시장에 좀 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서 그동안 해체보다는 정식 직제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단 해체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이다.

[이석환 변호사·前 청주지검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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