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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부모가 강요하는 공부는 한계… 스스로 동기 찾게 믿고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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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평범 엄마' 박원주씨의 자녀교육기

"학령기 자녀를 둔 엄마라면 알아서 공부를 척척 하는 아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거예요.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안 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저의 경험을 많은 엄마와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외동아들을 둔 박원주(48)씨는 스스로 평범한 엄마라고 부른다. 많은 엄마가 그렇듯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포항제철중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해 중·고교 등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아이가 5학년 때 교육에 전념하고자 일을 그만뒀다. 아들이 경희대 경영학과에 입학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도운 그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남았다고. 이에 자신의 시행착오를 주변 엄마들에게 알리고자 '평범 엄마'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 등 SNS에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아이 인서울 대학 보내기'라는 신간도 펴냈다.

조선일보

아들을 교육해 대학에 보낼 때까지 고군분투했던 ‘평범엄마’ 박원주씨는 “아이가 부모의 기대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닦달해서는 안 된다”며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을 때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양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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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가 정답은 아냐

박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까지 주변의 부러움을 살 만큼 공부를 잘했다. 좋은 학교와 좋은 학원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는 사실을 며칠 만에 깨달았다. 5학년 2학기에 전학 간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그가 엄마들과 교류하기도 절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입시정보 하나를 얻는 것도, 그 정보가 아이에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도 점차 알게 됐다. 계획적으로 꼼꼼하게 알아보고 이사를 선택하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생각한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만 집착하지 말고 아이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아이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고 힘들게 이사를 결심했는데, 정작 아이가 너무 외로워하고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학을 결정하기 전에 자녀의 의사를 반드시 여러 번 물어보세요. 부모의 욕심이 앞서면 절대 안 됩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그가 반드시 지킨 원칙이 하나 있다. 아무리 바빠도 가정 살림이나 아이가 뒷전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입시설명회 참석이나 주변 엄마들과의 만남은 반드시 아이가 학교에 간 후에만 진행했다.

"저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엄마 없는 빈집에 혼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아이가 올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있었어요. 아이를 반갑게 맞아주며 집에 온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곤 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정서적 유대관계니까요."

◇사춘기, 조금 물러서서 아이를 대해야

평범 엄마들의 최대의 위기는 단연코 아이의 사춘기다. 박씨 역시 그랬다. 모범생이자 우등생이었던 아이는 하루아침에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부에 싫증을 내고 툭하면 모든 일에 불만을 표시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PC방 출입은 학원 무단결석으로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에 당황한 박씨가 아이를 혼내면 아이는 반항하는 날들이 고 2 때까지 이어졌다.

"아이가 반항할 때마다 저는 아이를 더 닦달했어요. 한때 제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던 아들이었기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믿음은 착각이었어요. 강경하게 하면 할수록 갈등만 커졌습니다. 아이가 사춘기를 마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를 겪으며 달라진 아이를 부모가 수용하고 적응해야 하는 것이었죠."

전쟁 같던 일상은 아이가 수험생이 되면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고 3을 앞둔 어느 날 아들은 "엄마, 나 사춘기 끝났어"라고 말하며 학업에 집중했다. 그렇게 고 3 시기를 성실하게 보낸 덕분에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엄마가 밀어붙여서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어요. 아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면 옆에서 말려도 공부하더군요. 그러니 아이에게 품었던 엄마의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가 사춘기를 잘 견딜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세요. 옆집 아이와의 비교, 엄마의 기준 등의 잣대에서 벗어날 때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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