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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에 매그시트 英강타···해리부부 독립선언, 관건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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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의 '빅팬'을 자처하는 존 로그리가 9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메그시트' 관련 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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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가 메그시트로 대체됐다"

영국 언론은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비가 지난 8일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공식 선언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면, 2020년에는 '메그시트(Megxit·메건 마클 왕손비의 왕실 독립선언)' 이슈가 정초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신이 이번 사건을 '메그시트(Meghan과 Exit의 합성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이번 독립선언이 메건 마클 왕손비의 반란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서다. 마클 왕손비는 해리 왕손과의 결혼으로 영국 왕실에 발을 들인 날부터 독립을 선언한 오늘까지 끊임없이 영국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입방아에 올라왔다.



◇국적·인종·이혼·연상…계속된 논란과 공격



프랑스24 등 유럽 언론은 이번 메그시트의 원인으로 마클 왕손비에 대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의 지속적인 공격을 꼽았다. 실제 마클 왕손비는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으로, 해리 왕손과 결혼 당시 두 살 연상에 이혼 경력까지 있어 화제가 됐다. 혼혈 신부를 영국 왕실에 들이는 일 자체가 드문 데다, 마클 왕손비와 친아버지의 결혼식 참석 문제로 가족 간 불화까지 드러나면서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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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0일 영국 로얄에어포스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여왕(맨 왼쪽)과 해리 왕손(맨 오른쪽), 메건 마클(오른쪽에서 두번째) 왕손비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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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의 금기를 한 번에 깨뜨린 마클 왕손비에 대한 영국 보수 신문의 공격은 결혼 이후에도 계속됐다. 특히 마클 왕손비가 아들 '아치'를 출산한 뒤,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로열 베이비의 공개를 거부하면서 공격에 기름을 부었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다이애나 왕세자빈도 출산 직후 병원 앞에서 국민에게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알리며 아이를 공개했는데, 마클 왕손비가 처음으로 이를 거부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세금으로 모든 특권을 누리면서 의무는 피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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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영국 로얄에어포스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메건 마클-해리 왕손 부부(왼쪽 두명)와 케이트 미들턴-윌리엄 왕세손 부부(오른쪽 두명)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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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지난해 10월에는 마클 왕손비가 생부 토머스 마클에게 보낸 편지 원문과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등이 타블로이드 신문에 그대로 보도되면서 두 사람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가 해당 신문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면서 '어머니 다이애나비를 잃은 슬픔과 두려움'과 비교할 정도였으니, 두 사람이 느껴 온 고통은 짐작할 만했다.



◇문제는 '재정적 독립'



이런 이유로 이들의 '독립선언'은 어찌 보면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이다. 더욱이 해리 왕손은 왕위계승서열 6위로 사실상 왕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94세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건재함으로 72세의 나이에도 아직 왕자 신분인 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친형인 윌리엄(38) 왕세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왕위에 대한 미련이 없는 만큼, 왕실로부터의 독립으로 잃을 것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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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비가 왕실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 한 뒤 영국 시민들이 윈저지역에 위치한 해리 왕손 부부의 사진 앞을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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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연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독립이다. 프랑스24는 "영국 국민이 독립을 선언한 이들 부부에게 세금이 나가는 것을 허락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해리 왕손 부부는 지금까지 영국 공적자금으로 생활을 해왔다. BBC는 지난해 윌리엄 왕세손 및 해리 왕손 부부가 약 2160만 파운드(약 330억 원)를 썼다고 전했다. 해리 왕손 부부는 거주지 프로그모어 코티지 개조 공사에만 약 4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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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판매되고 있는 영국 왕실의 '로얄 포스트카드'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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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손 부부는 독립을 선언하며 영국과 북미를 오가며 생활하고 자선단체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자금이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해리 왕손 부부는 이번 발표에 앞서 자신들의 공식 호칭(서식스 공작, 공작 부인)이 들어가는 '서식스 로열'을 브랜드로 등록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리 왕손 부부가 새로 설립한 서식스 로열 재단 명의로 지난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적용되는 '서식스 로열' 국제 상표권 등록을 신청한 것이다. 작년 6월 대리인을 통해 이미 영국 상표권을 확보한 왕손 부부가 서식스 로열 브랜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왕실의 의무와 책임은 거부해놓고, 왕실의 일원에게 부여되는 '서식스 로열'이라는 브랜드로 돈을 벌어들일 경우, 이에 대한 영국 시민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총독 임명설 '솔솔'



이들이 북미 거주지로 캐나다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리 왕손의 캐나다 총독 임명설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는 영국과 옛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주축이 된 영연방 회원국 중 하나로, 총독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국가 중 현재 영국 연방에 남아있는 국가들에서 영국 여왕을 대신하는 직책이다. 캐나다 총독의 경우 내각 요청으로 영국 여왕이 임명하며 임기는 통상 5년이다. 캐나다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 61%가 해리 왕손이 캐나다 총독을 맡는 방안에 대해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마클 왕손비 역시 그녀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미국드라마 '수트' 촬영 시 몇 년간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캐나다에서 휴가를 보냈으며, 마클 왕손비는 현재도 아들 아치와 유모 등과 함께 캐나다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로한 여왕, 별장서 긴급회의



해리 왕손 부부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에게 사전에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은 이들 부부의 폭탄선언을 공식 논의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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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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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퍽주(州) 샌드링엄에 있는 왕실 별장에서 열릴 이 회의에는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손 등이 참석한다. 해리 왕손이 독립선언 이후 여왕과 대면하는 첫 자리로, 캐나다에 머무르는 메건 왕손비는 전화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왕은 회의 후 성명에서 "내 가족과 나는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해리와 메건의 바람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24는 "지난해 앤드루 왕자의 성 추문에 이어 올해 메그시트까지, 영국 왕실이 힘든 한해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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