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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강직성 척추염 조기 진단·치료가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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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찬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중앙일보

연초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시기다. 새해를 맞아 허리·관절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도 많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계속되는데 원인을 찾기 어렵다면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점차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염증성 질환이다.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최근 20~30대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골반과 척추를 연결하는 천장 관절에서 염증이 시작할 때가 많아 허리 중에서도 특히 아랫부분인 엉치 부위 통증과 강직감 등이 주로 나타난다. 잠을 자다가 허리 통증 때문에 깨기도 하고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어나 활동을 하면 나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에 특히 허리 부근의 뻣뻣함과 통증이 심한 ‘조조 강직’도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다.

지난해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들이 전문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4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생겼을 때 류마티스내과를 가장 먼저 찾았다는 환자는 18.2%에 그쳤다.

이처럼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아직 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인식이 낮고 허리 통증으로 연상할 수 있는 질환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들은 증상이 있어도 고관절염이나 허리 디스크 같은 흔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해 진통제·파스 등 임시 처방을 하면서 참는 경우가 많아 전문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시간이 지연된다. 진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치료가 늦어지고 치료를 하지 않는 동안 질환은 점점 진행돼 결국에는 척추 관절 전체가 일자형으로 뻣뻣하게 굳으면서 움직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굳어진 관절은 이후 어떤 치료를 해도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할수록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근골격계 통증과 차이가 있는 강직성 척추염 고유의 증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진을 잘 찾아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자가면역 체계 이상으로 인한 내과 질환이다. 치료도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척추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염증이 척추뿐 아니라 다양한 장기에 침범해 포도막염, 콩팥의 단백뇨, 심장의 판막 부전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내과적 치료와 근골격계 치료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증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 조기에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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