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열병 잡다 어민들 잡는 격
주소득 원인 장어 어획량 걱정”
환경단체, 약품 성분 등 공개 요구
“방역·방제 환경 피해 우려 현실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비무장지대(DMZ)와 임진강 일대에 항공방제 작업을 한 뒤 임진강에서 물고기가 급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민들과 환경단체는 항공방제에 쓰인 약품의 성분과 사용량을 공개하고 토질과 수질 검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진강 하류인 경기도 파주 구간에서 물고기를 잡는 파주어촌계와 북파주어촌계는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연천 지역에서 항공방제를 한 지난해 10월 이후 임진강에서 숭어와 살치, 누치, 미수개미, 모래무지 등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항공방제를 중단하고 임진강 물고기가 급감한 원인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어민들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숭어가 엄청나게 잡혀 서울 수산시장에까지 내다 팔았는데 올해는 아예 숭어가 없다. 항공방제가 영향을 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희 북파주어촌계 파평선단장은 “지난해 (숭어가) 100마리 잡혔다면 지금은 두세 마리가량 잡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잡는다고 어민들을 다 잡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당장의 피해보다 주 소득원인 장어 치어들이 임진강으로 올라오는 봄철을 더 걱정하고 있다. 이경구 파주어촌계장은 “3월부터 실뱀장어가 올라오는데 그때가 더 문제다. 몇해 전 눈이 많이 와서 염화칼슘을 많이 뿌렸을 때도 실뱀장어 어획량이 확 줄었다. 항공방제에다 살처분한 농가에 뿌린 방제 약품까지 침출수로 강에 스며들면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단체도 항공방제의 유해성에 대해 우려한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방역·항공방제로 인한 자연환경 영향과 이후 미치는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임진강 수생태계를 가장 잘 아는 어민들 증언이 전 구간에서 똑같이 나온 만큼 항공방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항공방제에 사용된 약품 성분과 사용량을 공개하고, 토질·수질 등에 미치는 사후 영향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라. 살처분 지역 축산농가 말고도 주변의 영세상인, 농민, 어민 등 2차 피해 주민들 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정부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할 때마다 살처분을 하고 방역을 해왔지만 방역이나 살처분이 자연생태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체계적인 사후 조사를 한 적이 없다. 당장의 확산 방지에 급급해 주먹구구식 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중간점검과 평가, 인근 지역 주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이후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야생 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2차 감염을 막겠다며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연천 비무장지대와 임진강 일대에 헬기를 투입해 주 2회가량 항공방제를 해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