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무사하다…내일 오전 성명 발표할 것"
"52개 표적, 주저없이 큰 응징"에서 수위 변화
① 전면 보복 ② 제한적 응징 ③ 자제 선택지,
폼페이오 국무, 에스퍼 국방과 대응 방안 논의
이란 "솔레이마니 공습 무인기 기지 원점 타격"
대규모 보복이든 제한적이든 전면전 비화 우려
이란이 8일 전격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알아사드 이라크 공군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2월 26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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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어떤 대응을 하느냐를 놓고 세계가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밤(현지시간) 이란의 이라크 미군 기지 공격 네 시간 뒤 "(미군은) 모두 무사하다. 내일 오전에 성명을 발표하겠다"며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현재 선택지는 ① 전면적인 대규모 보복 ② 원점 타격과 같은 제한적 응징 ③ 이번엔 보복 자제 등 세 가지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참석한 국가안보팀 회의에선 응징론과 자제론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반응도 네 시간여 뒤에야 나왔다. 현재까지 미군 사상자가 없다는 최초 평가를 보고받은 뒤였다.
이란, 미군 주둔지에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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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7일 오후 9시 45분 트위터에서 "이란은 이라크에 위치한 두 곳의 군사기지로 미사일들을 발사했지만 (미군은) 모두가 무사하다(All is well)"고 밝혔다. "사상자와 피해 평가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진 괜찮다(So far, so good!)"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장 강력하고 잘 무장한 군을 세계 어디든 보유하고 있다"며 "나는 내일 오전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대응 발표를 예고했다.
앞서 "이란의 52개 목표를 빠르고 강력하게 타격할 것"(4일), "아름다운 최신 무기를 보내 주저 없이 반격하겠다", "무얼 하든 대규모 응징을 할 것"(5일)이라고 발언할 때와는 수위가 달랐다. 사전 경고대로 대규모 보복에 나설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공습 대응 방안을 놓고 대화를 나눈 뒤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좋은 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태 악화를 추구하지 않지만, 도발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억지력을 회복하고 이란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안을 놓고 대응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복수의 관리를 인용해 "여전히 평가가 진행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여부에 대한 결정은 미국인 사상자 발생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란 보복 공격 이후 "사상자뿐만 아니라 알아사드 기지에 대규모 피해가 없다"는 국방부 평가 보고가 속속 전달되면서 TV 생방송 회견을 통해 즉각 대응을 발표하려던 것을 자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수십 개 목표에 대한 전면 보복을 자제할 경우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란 미사일 기지를 원점 타격하는 제한적 보복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말로는 대량 보복이란 엄포를 놨지만, 미군 인명 피해가 없다면 '비례성의 원칙'에 따른 보복이 통상 교전수칙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8일 이란이 선택한 공격 방식도 같았다.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장군 공습과 같은 시각인 현지시간 오전 1시 20분, 무인공격기 운용 부대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원점 타격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란은 우리 시민과 고위 관리를 비겁하게 무장 공격한 (알아사드) 기지를 상대로 유엔헌장 51조 자위권 조항에 따라 비례적인 조치를 취했고 (보복을) 종결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태 악화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어떤 침략에도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추가 보복이 없다면 더 이상 보복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미국도 만약 8일 이란 공격의 최종 피해 평가에서 미군 인명 피해가 없고 기지 손실도 크지 않을 경우 이번엔 보복을 자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럴 경우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 5일 연속 다짐했던 '강한 응징'을 번복했다는 여론과 자기 지지층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제한적 보복이든, 대규모 보복이든 3일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와 8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미 미국과 이란이 상호 보복의 악순환이 시작됐기 때문에 결국 전면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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