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5일 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가 예정된 청와대 앞 효자로에 경찰이 배치한 소음측정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후 3시 20분쯤 시각장애아 특수교육 기관인 서울맹학교 학부모와 졸업생 등 10여명이 청와대 인근 도로 위에 누웠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한 보수 성향 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서다.
학부모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과 교통통제로 학생들의 '혼자 걷기 교육'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곁에는 “우리 자식, 엄마가 몸뚱이로 지키겠다”고 쓴 현수막도 펼쳤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서초동 집회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서초동은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역”이라며 “(교통통제로) 밖에 나가면 집에 못 오는 데다 소음공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집회 자유를 위해 거주민들의 삶에 피해를 줘도 되는지”라면서 “시위문화가 민주주의라는 발상은 이제 그만, 장소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끝맺었다. 5756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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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때 보다 훨씬 몰린 광장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내 집회·시위상황의 한 단면이다. 현 정부 들어 집회·시위가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주민 불편도 커졌고 경찰은 ‘집회 자유보장’과 ‘민원 해결’이라는 딜레마에 놓였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에서 열린 집회·시위는 8만7425건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인 2016년 9월~2017년 3월 개최된 집회 2만4952건이다. 한달 평균 집회 수로 보면 3564→7947건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4일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새해 첫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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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비판 집회 허용...2018년 금지 집회는 12건
늘어난 집회만큼 경력(警力)을 배치한 집회도 증가했다. 경찰은 불법폭력 시위가 예상되는 집회에 경력을 보낸다.
지난해 1월~10월 기준으로 1만1385건에 해당한다. 직전 해 같은 기간 7833건에 비해 1.4배를 웃돈다. 경찰은 불법·폭력시위는 줄어드는 추세로 보고 있다.
한국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다. 전광훈 목사가 총괄대표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가 주민불편 민원에도 법원 결정을 통해 오전 9시부터 13시간 동안 열릴 수 있었던 것도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경찰은 예외적인 집회·시위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는데 2016년 96건, 2017년 74건, 2018년에는 12건이었다.
[자료 치안정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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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소음 규제 강화 요구도
하지만 피로·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 목소리도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8월 전국 만 19세~79세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1.9%가 ‘소음 규제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경찰이 집회소음 신고를 접수한 뒤, 실제 소음 수치를 측정한 횟수는 지난해 1~10월 3843번에 이른다. 경찰청은 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주거지역에서의 심야집회(0시~오전 7시) 때 소음을 이유로 한 집회 규제 근거를 넣겠다는 계획이다.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 참가자들이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표적 수사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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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소음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일선 경찰 관계자는 “집회 진행 도중 여러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적절한 자유를 보장하되 어떻게 주민피해는 최소화할 것인지 늘 숙제다”고 말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법으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라며 “필연적으로 유발되는 소음을 합리적으로 제한해 일반 시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에선 5건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중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집회 소음과 관련한 경찰의 규제를 따르지 않을 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될 수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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