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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때문? '공정' 12번 강조한 文대통령의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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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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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서 포용·혁신·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의 핵심 키워드는 ‘확실한 변화’였다. 문 대통령은 새해 첫날 현충원을 참배했을 때와 신년 합동 인사회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2018년 신년사의 제목은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였다. “함께 잘 사는 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한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경제(35회), 성장(29회)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번엔 ‘확실한 변화’란 표현만 6번 반복해 썼다. 2018~2019년 신년사에선 정책적 지향점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집권 4년 차에 들어선 올해 신년사에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이미 거둔 성과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상황과 관련해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한 지난해 신년사와 달리 정책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두 정책의 효과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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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020 신년사 키워드.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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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신년사에선 ‘공정’을 12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우리 경제사회가 숨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의 가치가 혁신과 포용의 전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엔 “반드시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루어내겠다”며 혁신과 포용의 가치를 더 앞세웠다. 공정은 7번만 말했다. 2018년엔 3번만 언급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공정을 강조한 건 지난해 '조국 사태'가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공정에 대한 국민의 높은 요구를 절감했고, 정부는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정을 강조한 것에 대해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은 ‘공정’을 말하기 전에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했어야 했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의 아들과 딸이 가짜 인턴증명서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뇌물성 장학금까지 받는 어이없는 현실은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라고 꼬집었다.

사회 통합 메시지도 과거와 다른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더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사회가 돼야만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극단주의는 배격되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이해하며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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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들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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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머지않은 시기에 개최될 2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ㆍ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결렬로 끝났다. 이후 북ㆍ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신년사에선 “(한반도 문제는)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고 말했다. 북ㆍ미 대화 재개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남북 관계 개선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뛴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규제 중심의 현재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장은 짧지만, 표현은 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이 생각하는 (부동산 투기의) 심각한 정도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즈음인 2017년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12월엔 약 9억원까지 육박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고장이 나 있는 것 같다”며 “삶의 현장에서 국민은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리는지 제발 현실 좀 제대로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일자리가 늘었다거나 고용률이나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서 국민은 문 대통령에게는 ‘반성 DNA’라는 게 애초부터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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