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3D프린터로 더 정교해진 인공관절 내 무릎에 꼭 맞네

맞춤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활기찬 노년은 건강한 무릎에서 시작된다. 퇴행성 관절염 말기로 무릎 연골이 모두 닳으면 통증이 심해져 두 다리로 걷기 어려워진다. 망가진 무릎관절을 깎아낸 뒤 이를 대체할 인공관절을 끼워 넣어야 한다. 연세사랑병원은 3D프린터로 자신의 무릎 상태에 맞춘 인공관절 수술 도구를 출력해 수술 정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다. 체형에 따라 옷을 맞춰 입듯이 환자의 무릎 크기·생김새·손상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무릎의 운동성을 복원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왼쪽) 병원장과 정필구 원장이 3차원으로 구현한 영상과 3D프린터로 출력한 수술 도구를 살펴보면서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도가 생명이다. 인체 해부학적으로 정면·측면에서 봤을 때 엉덩이뼈인 고관절과 무릎·발목의 중심을 잇는 축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이뿐이 아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펴면서 움직일 때마다 바뀌는 운동 역학적인 회전축도 고려해야 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3D프린터 기술을 활용하면 무릎 인공관절을 보다 정교하게 삽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해부학적 각도만 고려해 일괄적으로 어느 부위를 절삭할지 결정하는 방식보다 한 단계 진보한 수술법이다. 국내에서는 연세사랑병원이 3D프린터 맞춤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처음 도입하면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에서 시행하는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3D시뮬레이션·3D프린팅 같은 첨단 공학기술이 접목된 치료법이다. 이식한 무릎 인공관절이 편하면서 오래 쓸 수 있도록 엉덩이·무릎·발목으로 이어지는 하체의 정렬 정확도를 높여주는 비결이다.

첨단 공학기술 접목해 정확도 향상

먼저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의 무릎 상태를 3차원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그다음 관련 정보를 3D프린터로 전송해 모형으로 출력한다. 이렇게 만든 모형은 닳아 없어진 연골 두께와 모양을 눈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인공관절이 가장 적합한지 ▶무릎관절은 어떻게 절삭할지 ▶엉덩이·무릎·발목 관절 정렬은 어떤 각도로 맞출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의료진은 가상 수술을 통해 오차 범위를 최소화한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에 사용하는 수술 도구도 출력·제작한다. 일종의 맞춤형 수술 도구다. 망가진 연골 조직의 위치·각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도록 돕는다. 기계를 정비할 때 부품 크기에 맞는 공구를 사용해야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듯이 맞춤형 수술 도구로 인공관절 수술 성공률을 끌어올린다.

수술 시간 단축, 합병증 위험 감소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개인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무릎관절은 일정한 비율로 닳거나 손상되지 않는다. 예컨대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 같은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관절 중심이 빨리 닳는다. 생활습관에 따라 많이 쓴 부위는 더 닳아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사람마다 무릎관절 상태가 제각각인 이유다. 기존엔 미리 제작된 인공관절 중에서 무릎 상태에 맞는 것을 골라야 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무릎 모양이나 구조·손상 정도를 완벽하게 고려하기 힘들다. 3D프린터로 출력·제작한 맞춤형 수술 도구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해 준다.

둘째,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가 높다. 3D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잘라낼 손상 조직과 자르는 각도의 오차를 줄이는 식이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 방식으로는 수술 정확도가 90%라면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98%다. 이는 무릎을 굽혔다 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공관절의 수명을 늘려준다. 만일 인공관절의 각도가 틀어지면 무릎 인공관절의 한쪽 부분이 중점적으로 마모돼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고 병원장은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인공관절의 내구성을 높이면서 수술 후 무릎 안정성·가동성을 크게 개선해 치료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셋째, 수술 안전성이 우수하다.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인공관절 이식에 드는 수술 시간을 단축한다. 그만큼 출혈·감염 등으로 색전증·혈전증 같은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을 줄여준다. 따라서 고령자도 안전하게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해졌다.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 퇴행성 관절염 말기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무릎 인공관절의 수술 방식에 따라 수술 시간, 출혈량 등 수술 효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방식으로 수술한 그룹의 평균 수술 시간은 62.1분으로 기존 수술 방식(80.6분)보다 18.5분 짧았다. 수술 중 출혈도 3D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방식은 107.9ml, 기존 수술법은 126.4ml로 적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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