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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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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공천위원장 임명시기 저울질⋯ 1차 초읽기 들어간 보수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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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새보수당 창당 일정 감안해 공관위원장 임명 1월10일까지 미뤄왔다는데
보수통합 협상 진전 없으면 금주 중 공관위원장 임명 가능성
통합추진파선 "黃은 새보수당의 '통합 3원칙'에 대한 입장 밝히고 劉도 협상에 적극 나서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4월 총선 공천 작업을 주도할 공천관리위원회 임명 시기에 대해 "이달 중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임명 시기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당 공관위원장 추천위원회는 오는 8일까지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해 황 대표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임명 절차를 거쳐 10일쯤 공관위를 출범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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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 대표가 공관위 출범을 10일쯤으로 잡은 까닭은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보수당 창당 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보수당은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끝으로 공식 출범했다. 황 대표는 작년 11월 유 의원에게 보수대통합 추진을 공개 제안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구체적인 논의 진척을 보지는 못했다. 새보수당이 신당 창당에 나서 체제 정비가 갖춰지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새보수당이 정식 출범해 진용을 갖추면 통합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보고 공관위원장 임명을 미룬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당이 자체 공관위를 정식 출범시키면 보수통합 논의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공관위원장 임명을 일단 새보수당 창당 이후로 미룬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새보수당 역시 창당을 마무리지으면서 이번주가 한국당·새보수당 통합 논의의 1차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보수당 창당 완료 때까지 공관위원장 임명을 미룬 만큼 황 대표로서도 이제는 본격적인 통합 협상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공관위원장을 임명해 독자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갈 것인지 결정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총선 준비 스케줄을 감안하면 황 대표도 마냥 결단을 미룰 수는 없다"며 "만약 10일 전에 황교안·유승민 두 사람 간에 보수 통합 협상 개시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황 대표가 공관위원장을 임명하면 통합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공관위원장 임명 전에 유 의원 등과의 보수 통합 협상에 대한 모종의 결단에 나설 것이란 말도 나온다. 새보수당은 그동안 황 대표가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 재건의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통합 협상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있었다. 양측의 통합 협상이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한 것에는 이런 요인도 깔려 있다. 양측의 통합 논의 문제를 아는 한 인사는 "황 대표가 이런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통합 협상에 대한 좀 더 진전된 입장을 천명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황 대표가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 재건 3원칙에 대한 명시적 수용 의사나 통합추진위 구성 의사를 밝히는 식으로 통합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황 대표가 이번 주중 통합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나아가 공관위원장 임명까지 한다면 통합 협상은 더 난항에 부닥칠 가능성도 있다. 새보수당 측 생각과는 반대로 한국당 안에서는 유 의원 측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거는 게 통합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통합을 위한 기득권 내려놓기는 황 대표나 한국당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통합 협상에 임하는 세력 모두가 상대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도 감안하는 협상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나 한국당만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 통합 협상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새보수당 역시 보수 통합 협상 시한에 쫓기게 됐다. 유 의원은 지난 1일 신년회에서 "늦어도 2월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서는 오는 10일까지 통합 협상에서 가시적인 진척이 없으면 공관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 황 대표가 신년 간담회에서 "(보수 통합 논의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국당이 공관위원장을 임명한다고 통합 협상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 협상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 야권 관계자는 "메신저를 통하는 방식의 탐색전을 계속해서는 시간만 잡아먹고 서로 오해만 키우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황교안·유승민 두 사람이 정말 보수 통합의 의지가 있다면 각자 결단을 내리고 적어도 보수 통합 추진의 원칙에 합의하는 정치력 발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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