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군 실세 제거 후 시장 요동...증시↓ㆍ유가↑ "유가 급등 계속되면 세계 경제 회복 싹 잘릴 수도"
미국이 이란 군부 최고 실세인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공습해 사살한 뒤 이란이 즉각 '가혹한 보복'을 다짐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과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무역전쟁 잡으니 중동 위기 튀어나와"
1년 반 동안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는 막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 심리가 더디게나마 반등하고 중국을 비롯해 제조업 경기도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왔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이 같은 경제 회복의 싹을 자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 웰리언 위란토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상황은 두더지게임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라는 악재를 간신히 누그러뜨리자 이번엔 중동 리스크가 불쑥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엔 이미 공포가 번지기 시작했다. 새해 첫 거래일 사상 최고치를 일제히 경신했던 뉴욕증시는 3일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전운이 고조되면서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뉴욕증시 간판 S&P500지수는 이날 0.71% 미끄러지며 한달 만에 최악의 낙폭을 썼다.
국제유가는 위로 내달렸다. 이란이나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내 친미 국가 원유시설에 공격을 단행하거나 주요 국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중동산 원유 공급이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이 3.6% 치솟으면서 지난해 9월 사우디 원유시설 피폭 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3% 뛰었다.
◆유가 급등에 경제 회복 궤도 이탈하나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유가 급등은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된다. 블룸버그는 경제 회복이 지속될지 여부는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느냐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원유 순수입국의 경우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 다른 데 쓸 소비자 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물가상승률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국가 다수도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호위 리 화교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가 가장 원치 않았던 상황에 맞닥뜨렸다"면서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져 경제가 회복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만이 유일한 위험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반면 찰리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에 따른 심각한 충격파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과거에도 지정학적 위기와 연계된 유가 급등은 여러 차례 있었으며 미국, 중국, 유럽 등은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할 전략비축유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동 위기 과거 보니 3개월 뒤 위험자산↑·안전자산↓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과거 중동에서 주요 지정학적 위험이 부상했을 때에도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3개월 뒤엔 증시와 원유 같은 위험자산은 오르고 금과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은 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전했다.
CNBC는 지난 30년 동안 20차례 중동 지정학적 위기 당시 자산 가격의 움직임을 분석해 평균을 냈다. 그 결과 위기 발생 1달 뒤엔 원유(WTI) 가격 상승률이 5.9%로 가장 높았다. 금(1.5%), S&P500지수(0.9%)가 그 뒤를 이었다.
3개월 뒤엔 원유가 9.1% 올라 그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다음은 2.8% 오른 S&P500지수였다. 금값은 3개월 동안 가격 상승률이 제로(0) 였고, 미국 달러지수와 10년물 국채 가격은 3개월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두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란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UBS는 투자자들에게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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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fiyonas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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