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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물가와 GDP

‘예고된 역대최저’ 올해 소비자물가 0.4% 상승… 내년도 저물가 흐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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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1년 내내 단 한 번도 1%대 상승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마이너스 상승률까지 기록하며 예견된 결과다. 다만 12월 상승률은 0.7%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2015=100)는 104.85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이 1965년부터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했는데 5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로 1.6%을 제시했는데 4분의 1수준에 그친 셈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 2.0%에는 5분의 1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0.8%를 기록했고, 2015년 저유가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0.7%를 기록했다.

연간 지수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류가 -5.7% 감소해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농·축·수산물도 -1.7%를 기록하며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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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6.8%, 3.7% 상승한 반면 올해는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기로 구분해 보면 상반기 0.6%, 하반기 0.2%였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를 기록하며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10월 0.0%로 보합, 11월 0.2%에 그친 영향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 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0.9% 상승에 그쳤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0.3%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근원물가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다. 정부가 저물가 요인으로 설명하는 농산물이나 석유류를 제외하고도 0%대 저물가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1년 전보다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역시 1999년 -0.2% 이후 최저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1%나 감소해 2014년(-9.3%)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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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1995년 집계 이래 최저다.

그나마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반등한 것은 다행이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12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12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9% 상승하며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경제에 치명적이다. 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소비자는 가격이 내려갈 것을 기대해 소비를 미루게 되고, 생산자는 물건을 팔 수 없으니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생산과 투자 역시 위축된다.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셈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이끌었던 ‘디플레이션’ 현상이다.

정부는 ‘2020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목표치를 1.0%로 전망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0.6%를 전망해 격차를 보였다. 정부 전망과 KDI 전망치 모두 저물가 흐름을 예고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두원 과장은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류 하락의 기저효과 등이 사라진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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