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이춘재 "경찰 곤란해지나" 프로파일러 "상관없다"···자백 전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그래픽. [연합뉴스TV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56)가 오랜 시간 모방 범죄로 여겨져 온 8차 사건까지 자백한 데에는 경찰 프로파일러의 설득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는 지난 10월 경찰에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이춘재의 자백 등을 토대로 경찰은 지난달 8차 사건 역시 진범을 이춘재로 결론 내렸다.

박준영 변호사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춘재 자백의 '막전막후'를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모(52)씨의 재심청구를 돕고 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지난 금요일 법원에 제출한 이춘재 사건 기록을 보고 있다"며 "이춘재는 DNA 나온 3건만 인정한다고 해서 괜찮은 놈이 되는 것 아니니 다 털고 가자고 결심하기에 이른다"고 적었다. 이춘재의 심경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

박준영 변호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춘재가) 종이와 펜을 달라고 했고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이라고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건넸더니 다들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이춘재가 경찰에 8차 사건 관련 진술을 하던 상황을 전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이춘재가) 종이와 펜을 달라고 했고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이라고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건넸더니 다들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다"며 "10건 중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뺀 9건을 인정해야 하는데, 순간 다들 난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춘재가 한 말과 관련해 박 변호사는 "이춘재는 다 내가 한 것으로 밝혀지면 경찰들이 곤란한 거 아니냐고 하면서 곤란하면 이야기 안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공은경 팀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며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이춘재씨가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검사 작성 이춘재 조서에 기재된 공 팀장이 한 말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프로파일러 공 팀장은 2009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인물이다. 8차 사건이 본인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그동안 8차 사건을 모방범죄로 결론 내리고 엉뚱한 인물을 검거해 징역을 살도록 한 경찰이 곤란해지는 것을 우려한 이춘재가 주저하자 공 팀장이 나서서 이춘재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대립한 일도 언급했다. 그는 "8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 조작 여부와 관련해 검·경이 대립했다"며 "그 대립 속에 담긴 여러 이해관계를 봤다. 법정에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검찰과 경찰은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상대 기관의 발표를 부인하거나 반박했다. 한 사건을 두고 검·경이 대립하는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이춘재를 설득한 공 팀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이런 (검경의) 대립은 줄어들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관련 정치 논리 개입,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우려하는 여러 문제 되는 상황들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어되길 바란다"며 "경찰, 검찰, 법원에 이렇게 멋진 원칙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는 내달 중 수원지법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