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계엄군 지휘관 95년 검찰서 “시신 암매장” 증언
광주 5월 단체, "당시 행불자와 이번 유골 관계 철저 규명" 요구
국과수, 이번에 발굴된 미확인 40여구 분석 작업
밟혀죽은 시신 등 교도소에 암매장
지난 20일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에서 검경, 군 유해발굴단 등으로 이뤄진 합동조사반이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유골을 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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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미확인 유골 40여 구와 5·18 당시 계엄군 암매장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교도소는 80년 5월 이후 계엄군 지휘관과 병사들이 잇따라 시신매장 내용을 증언한 곳이어서다.
24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80년 5월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던 김모 전 소령은 광주교도소에 대한 암매장 증언과 지도를 남겼다. 5월 단체들은 이런 증언과 관련 기록들을 토대로 지난 2017년 11월 교도소에 대한 발굴 작업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김 전 소령이 1995년 5월 29일 서울지검에서 진술한 조서 내용에는 5·18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전 소령은 “(5·18 당시인) 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12구의 시체를 가매장한 일이 있다”고 했다. 5·18 당시 사망한 시민군을 암매장한 상황이 계엄군 지휘관의 진술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는 “병력들(계엄군)이 시체를 운반해왔을 때는 가마니로 쌓여 있는데 상당히 부패해 있었다”며 “(시신 12구를) 교도소 담장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의 시체를 덮어 같은 장소에 연결해 묻었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시민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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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 가마니에 싸인 채 교도소로
아울러 그는 “당시 매장한 시체에는 전남대에서 교도소로 이동하면서 사망한 3명이 포함된 것”이라며 “호송 차량의 문을 열었을 때 2~3명이 밟혀 죽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비좁은 방송차량에 30여 명의 시위대를 태우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쓰러져 밟혀 숨졌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5·18 당시 광주에 파견된 제3공수여단 본부대장이던 그는 시신을 암매장한 곳이 담긴 지도도 남겼다. 그가 그린 약도의 암매장 지역은 2년 전 발굴 작업이 이뤄진 장소 인근인 교도소 북쪽 담장 부근이었다. 그는 약도에 “담장에서 3m 이격시켜 매장, 잡초가 우겨졌으며 앞으로 논과 밭이 있었다”고 적기도 했다.
5·18 이후 보안대 자료에는 옛 광주교도소에서 시민 28명이 숨졌다고 돼 있으나 실제 수습된 시신은 교도소 관사 뒤 8구, 교도소 앞 야산 3구 등 11구뿐이었다. 5월 단체는 나머지 17명의 시신이 옛 교도소 주변에 버려졌거나 암매장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 무연 분묘 발굴. 프리랜서 장정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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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불자 84명…78명 39년째 행방 묘연
5·18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주요 격전지이자 시민군들이 고문을 당했던 장소다. 5·18 당시 이곳에는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이 주둔한 곳이어서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돼 왔다.
광주시와 5·18 단체 등에 따르면 80년 이후 5·18 행방불명자 신고 건수는 448건에 달한다. 이중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84명 중 78명의 주검은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5월 단체들은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유골과 5·18 행불자와의 연관성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 내에 있던 무연고자 분묘에 대한 이장 작업을 하던 중 지난 19일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를 발견했다.
5·18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김모 소령이 1995년 검찰 조사 당시 직접 그린 암매장 지도.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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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불자와 유전자 대조…1년 이상 걸릴 듯
이번에 발견된 유골에 대한 정밀감식은 강원도 원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에서 진행된다. 해당 유골들의 훼손 상태가 심한 데다 보다 정확한 유전자 분석 결과를 내놓기 위해서다.
우선 국과수는 유골들을 본원으로 보내 개체구분 작업을 할 예정이다. 개체구분은 현재 한곳에 뒤엉켜있는 유골 가운데 한 사람씩 뼈를 맞춰내는 작업을 말한다.
박종태 전남대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는 “개체구분 작업 후 본격적인 유전자 검사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개체구분 작업부터 난항이 예상돼 시간이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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