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내년 1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실행한다는 존슨 총리 구상이 담긴 EU탈퇴협정법안(WAB)은 앞서 1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2020년 1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11개월의 '전환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못하도록 완료 시점을 못 박는 내용이 골자다. 브렉시트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한 법안인 셈이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여왕 연설(Queen's Speech)'에 포함됐던 110쪽 분량 WAB를 공개했다. 핵심은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하고, 그해 12월 31일까지로 정해둔 전환 기간의 추가 연장을 금지하는 내용 두 가지다. 영국과 EU 양측은 브렉시트 충격을 막기 위해 전환 기간을 두고 한 차례에 한해 1~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연장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내년 말 무조건 EU를 떠나겠다는 의미다.
새 법안에는 브렉시트 추진 과정에서 의회 권한을 일부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각 부처 장관들은 EU와의 무역협상 과정을 의회에 보고하거나 협상 목표를 정하는 데 의회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브렉시트 담당 부처인 브렉시트부는 내년 1월 31일부로 해체한다고 못 박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2020년대를 영국의 황금시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U를 완전히 떠나기 위한 내용도 법안에 다수 포함됐다. 유럽사법재판소 판례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기존 대법원에서 하급법원에까지 부여하고, 유럽에서 건너온 어린이 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한 내용에도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노동당 내 브렉시트 지지자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 기존 법안에 담겼던 노동권 보호 조항은 삭제됐다. 정부는 별도 법안에서 노동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 법안이 제3독회를 거쳐 정식 법률이 될 때까지는 몇 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하원에 상정돼 간략한 명칭 등이 언급되는 것이 제1독회이고, 제2독회에서는 법안 목적과 전반적인 원칙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 뒤 법안을 표결에 부친다. 제1·2독회를 거친 WAB는 크리스마스 휴회 이후 전체회의에 보고돼 제3독회를 끝내고 의결되면 하원을 최종 통과한다. 상원을 거쳐 여왕 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이 된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예정이다. 관세동맹·단일시장 등 영국이 EU 회원국에 속하면서 누리던 경제적 혜택은 내년 말 전환 기간 만료 때까지 유지된다. EU와 영국 간 자유로운 통행도 이때까지 허용된다.
남은 과제는 EU와의 무역협상 체결이다. 존슨 총리 구상대로라면 11개월 안에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 기간에 관세, 쿼터, 세관·통관 규정, 원산지 규정에 대해 합의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최종 완수를 위해 EU와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양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무역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전환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2022년 1월 1일부터 EU와 영국 모두 높은 관세 부담을 지게 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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