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담기면서 은행 종목들의 부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실제 시중 은행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 등 대부분의 은행 관련 종목들은 지난 16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가 있던 날과 그 다음날 3% 안팎 떨어진 뒤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KB금융은 여전히 1% 넘는 하락폭을 보이는 등 정부 발표 이전의 주가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대출 축소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9억원이 넘는 주택은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20%를 적용한다. 현재는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LTV 40%가 적용된다. 또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이는 은행 대출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들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은행 종목들이 계속해서 하락세를 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 종목들은 올해 들어 대체로 부진했다. 글로벌 경기 불안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독일 국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배상 사태 등이 문제였다. 그나마 연말이 다가와 배당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탈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정부 발표로 물거품이 될 위기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투자심리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대출이나 이익 변화보다 은행주 투자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클 것"이라며 "배당 매력이 반영되면서 최근 주가 흐름이 양호했던 만큼 반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최근 은행들의 가계대출 성장은 대부분 전세자금 대출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성장 자체가 2017년부터 평균 5∼6% 수준으로 낮게 유지돼 온 만큼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은행의 대출 성장과 수익성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악재들이 겹치면서 은행 종목들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향후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시적인 환경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은행주 반등은 자사주 소각 허용 등 금융당국의 자본 규제 완화 움직임과 거시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기인한 것"이라며 "대출 규제보다는 주주환원 기조의 확대 등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은행 종목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대 최저 수준인 점에 주목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평가 상태인 만큼 상승할 여력이 많다는 것이다. PBR은 자산가치와 비교한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1보다 낮으면 현재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 작다는 뜻이다. 올해 국내 주요 은행들의 PBR은 평균 0.4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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