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기업, 저물가일때 상품가격 인상 미뤘다가 한번에 많이 올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생필품 인상률 2014년 8.5%→2018년 21.3% '껑충'
조정빈도 줄어든 탓…"저물가에서 가격변동 유인 줄어"

최근 2년간 물가상승률이 낮은 흐름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상품가격 조정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가격을 조정하는 빈도를 줄인 영향이다. 기업들은 저물가 상황에서 가격을 섣불리 움직였다간 점유율, 수익률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최대한 조정을 미뤘다가 한 번에 올리거나 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8일 발간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50개의 생필품 가격의 인상률은 2014년 월평균 8.5%에서 지난해 21.3%로 껑충 뛰었다. 인하율도 같은 기간 6.3%에서 15.0%로 커졌다. 올해 1~9월 기준으로 생필품 가격 인상률, 인하율은 각각 18.9%, 13.1%로 지난해보다는 축소됐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때 인상·인하율은 가격이 변동한 상품의 직전 가격대비 가격 조정폭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조선비즈

경기도 구리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를 고르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은 이처럼 상품가격 조정폭이 커지는 건 저물가와 연관이 깊다고 분석했다. 저물가 상황에서는 기업은 가격을 조정하는 빈도를 최대한 줄이는 경향이 있어서다. 한은의 분석 결과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와 조정빈도는 양(+)의 관계를 형성했다. 근원물가가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을 의미하는 물가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의 흐름이 부진하고 원가·임금 등의 상승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조정할 경우, 기업의 점유율 혹은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대한 가격 조정을 늦췄다가 한 번에 크게 가격을 올리거나 낮추면서 조정폭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조사대상 상품의 가격 조정빈도는 크게 줄었다. 150개 생필품 중 가격이 변동한 상품의 비중이 2014년에는 월평균 27.8%였지만, 지난해에는 24.0%에 불과했다. 올해 1~9월에는 22.0%로 더 떨어졌다.

조선비즈

한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경쟁업체의 움직임을 보고 가격 변동이 잦아지는 반면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가격을 변동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특히 최근 들어 가격 조정폭이 10%를 초과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조정빈도가 잦을 수록 상품가격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2017년 이전에는 상품가격 상승률에 대한 조정폭의 기여도가 0.80%포인트(P), 조정빈도의 기여도는 0.40%P였던 반면 2017년 이후에는 각각 0.64%P, 0.49%P로 역전됐다. 한마디로 최근들어 조정빈도가 상품가격 상승률 추이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컸다는 의미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