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6 (목)

`두 대통령 정국 1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야권에 `테러모의 혐의` 체포영장 발부…美자극할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두 대통령 정국'1년째, 여전히 정권을 유지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및 각을 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두 대통령 정국'이 만들어진 이래 정치 혼란과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현 대통령이 임시 대통령 측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서 또 다시 두 대통령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양측 대립이 또 다시 미국 등 주변국 개입을 부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헌법20주년' 행사에 나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3일 늦은 오후, 우리 사법 당국은 야권 핵심 지도부인 후안 과이도와 레오폴도 로페즈 등 테러와 연루된 자들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체포하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은 피 흘리는 테러 음모를 한 자들이며 제헌의회에 간섭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매일경제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4월 말 `자유의 작전`이라는 군사 봉기를 시도했던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왼쪽)과 그의 `정치적 멘토`인 레오폴도 로페즈. [EFE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지목한 후안 과이도는 지난 1월 5일 국회(AC)에서 의장직에 올랐다가 같은 달 23일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 대선을 치뤄 불법 행위를 했기 때문에 헌법 제233조에 따라 국회의장인 내가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레오폴도 로페즈는 과이도 의장의 '정치적 멘토'로 마두로 대통령의 정적(政敵)이다.

EFE통신에 따르면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특히 로페즈를 향해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연휴에 폭력 도발을 통해 시내를 피로 물들이려고 음모를 꾸몄다는 점에서 파시스트이며 사이코 괴물 정신병자"라면서 "로페스가 이번 음모의 주동자이며 그가 과이도를 조종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로페즈는 '마두로 독재 반대'를 내세워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하다가 정치 선동·내란 모의 혐의로 2014년 수감 후 가택 연금되는 등 마두로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야권을 끌어왔다.

마두로 정권이 갑자기 임시 대통령 압박에 나선 이유는 연말 야권 측 저항 움직임이 사전에 유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부 장관은 "미국과 콜롬비아의 사주를 받은 과이도와 로페스가 15일 일요일 전국 6개 주에서 반역을 모의했으며 군 부대 두 곳을 공격하려한 정황이 우리 측 정보망에 걸려 발각됐다"면서 "우리는 이를 사전에 차단했고 주동자들을 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일경제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야권 지도자이자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부인 파비아나 로살레스와 대화하며 미소를 나누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야권 지도부들이 실제로 체포되면 미국을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1월 23일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자 가장 먼저 지지를 표한 바 있다. 같은 달 28일 당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네수엘라 정국에 대해 '병력 5000명 콜롬비아로'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장을 들고 나와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월 백악관에서 과이도 의장 부인을 직접 접견하면서 '마두로 정권은 공산주의'라면서 마두로 정권에 대해 연달아 제재를 발표해왔다.

다만 여전히 마두로는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임시 대통령' 과이도 의장과 '정치적 멘토' 로페즈는 이웃나라 콜롬비아와 미국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난 4월 30일 이른바 '자유작전'으로 불리는 군사 봉기를 주도했지만 결국 군부와 사법부가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바람에 군사 봉기가 실패로 돌아갔다.

매일경제

접경지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몰린 베네수엘라 이주민들.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나라를 탈출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461만2000명에 이른다. [사진 출처 = 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사 봉기와 이를 전후한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대통령이 오히려 입지를 굳혀가는 반면 임시 대통령 측 야권이 혼란에 빠지자 야권을 지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6월 비공식 자리에서 "상황이 지독하게 복잡하다. 마두로가 쫓겨날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마두로 축출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베네수엘라의 변화는 상당히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베네수엘라 야권을 단결시키는 게 어렵다"면서 "(야권 인사들) 모두 마두로에 맞설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각자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음모도 꾸미고 있다. 마두로가 퇴진하면 '내가 대통령'이라고 손들고 나설 사람이 40명은 넘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전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2014년을 전후해 국제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떨어지고, 정국 혼란이 가중된 여파로 경제 파탄 상황을 맞았다. 미주기구(OAS)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인원은 461만2000명에 이른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