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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세상의 모든 詩는 연애편지… 많은 사람 드나드는 꽃밭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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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나태주 등단 50년 시집 출간… 반세기 창작생활 정리한 자서전

"중학생들에 詩心 심어주는 게 꿈"

올해 74세, 내년에 등단 50년째인 나태주〈사진〉 시인은 걸어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시를 쓴다. 등단 50년을 기념해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열림원)를 출간한 그는 "제주, 목포, 강릉까지 올해만 200회 가까이 강연을 다녔다"면서 "걸어 다니면서, 기차 안에서, 플랫폼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쓴 시를 모았다"고 했다.

올해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5위 중 3종이 나태주 시집이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시집으로 유일하게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진입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인은 "시인은 문간에 문지기를 치우고 빗장을 풀어야 한다"면서 "시는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는 꽃밭이 돼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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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 1부에 신작 시 100편, 2부엔 독자들이 사랑한 애송 시 49편, 3부는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이 실렸다. 50년 창작 생활을 총정리한 셈이다. 그는 "모든 시는 저의 일부이고 자서전"이라면서 "누구는 제 시를 보고 '이런 것도 시냐'고 하는데 저는 듣도 보도 못한 시, 시답지 않은 시가 좋은 시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표 시는 역시 '풀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짧은 시는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부터 드라마·영화에 자주 인용되며 사랑받았다. 그는 "풀꽃이라는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건 행운이고, 풀꽃 말고 나태주의 다른 시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건 불행"이라면서도 "시인의 대표작을 결정하는 건 독자이니 섭섭하지만 괜찮다"고 했다. "시인은 사랑하는 말 한두 마디를 시로 써서 모국어에 바치는 사람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별, 이육사의 청포도처럼요. 작게나마 '풀꽃'을 모국어에 바쳐서 감사한 일이죠."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서 일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 실린 '유언시'에서 그는 "시인 교장이란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지 싶다"고 썼다. "교장들은 나한테 시인 교장이라며 부러워했고, 시인들은 교장 시인이라며 부러워했어요. 교수 시인은 많은데 교장 시인은 없잖아요!"

나태주는 "내 시는 중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라면서 "남들은 중학생 대상 강연을 피하는데, 나는 환영한다"고 했다. "중학생에게 시의 마음을 심어줘야 해요. 그게 제 꿈입니다. 그 아이들 인생을 바꿔야 우리의 앞날이 좋아질 테니까요."

열여섯, 예쁜 여자에게 보내려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 연애편지의 대상이 한 여자에서 온 세상으로 바뀌었죠. 연애편지를 쓰듯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써야죠." 그는 "모든 시는 연애편지, 시인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서비스맨"이라고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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