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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기고]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에 대한 오해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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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을 선언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가치 증대를 위해 필요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노후 자산 관리라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기관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이 본격화되면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 제출된 안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하던 종래의 관행에서 탈피할 것이다. 투자대상 회사의 가치와 관련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필요한 경우 대안을 제시하거나 시정을 요구하기도 할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해 경영환경이 악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이 수행할 적극적 주주활동의 목적과 방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의사를 표시할 것이며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이나 모든 의사결정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본다면 국민연금은 77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평균 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금의 가치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지분율 5%이상 보유기업도 285개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국민연금이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실익이 전혀 없는 것이며 또 그러한 업무를 수행할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나 외국 연기금의 사례에 비춰볼 때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활동은 과소한 또는 과도한 배당,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 이사나 감사의 독립적 임무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취약한 지배구조 등 회사의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안에 한정될 것이다.

설사 그러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이 회사를 대상으로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이에 응하지 않는 경영진의 해임을 추진하는 등 과격한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회사 경영진과 대주주 간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활동 대부분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질 것이다.

불가피하게 공개하더라도 문제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거나 해결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실패하는 경우 전체 주주의 의사를 묻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그칠 것이다. 높아도 10%대 중반에 그치고 있는 국민연금의 지분율 수준을 감안할 때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정치적 영향력이나 일부 이해관계자 집단의 압력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귀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재계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우리사회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참여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등 안전장치가 상당한 수준으로 구비돼 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에 대해 기업의 견제는 물론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과 감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즉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의 활동이 외부의 영향력으로 인해 본질적인 부분이 왜곡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의 건강성에 대해 일단 신뢰를 보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머니투데이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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