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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모종린의 로컬리즘] 전통시장의 미래는 바로 옆 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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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망원시장은 전통시장 주변 골목상권과 연결

'김광석길' 대구 방천시장은 골목상권으로 변신

춘천 육림고개는 전통시장 떠난 자리에 자리잡아

불황 극복 위해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대안 필요

현재 정부 지원 방식으로는 경쟁력 회복 쉽지 않아

전체 상권으로 확대해 시너지 극대화해야

조선일보

모종린 연세대 교수·'골목길 자본론' 저자


자영업 위기의 중심에는 전통시장이 놓여 있다. 전국적으로 시장 1450곳, 36만 상인이 종사하는 전통시장 산업은 정부가 지속으로 지원해야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 사양산업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방식으로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전통시장은 경쟁력 있는 상인 유치보다는 주차장, 간판과 도로 경관 개선, 문화 행사 등 기존 상인을 위해 유동 인구를 늘리는 사업을 요구하고 지원받는다.

하지만 레트로 붐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로 확산되듯이 전통시장도 새로운 레트로 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서울 광장시장, 서울 망원시장, 부산 부전시장 등 일부 시장은 이미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다른 전통시장도 불황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자구책의 하나로 고려해야 할 대안이 골목상권과 상생이다.

골목상권과 상생이 대안

20~30대가 여행을 가듯이 방문하는 골목상권은 전반적 상권 부진에도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 성장세를 유지한다. 2000년대 중반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등 네 상권으로 시작된 골목상권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 현재 120여 개로 늘어났다.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공간 차별성과 업종이다. 한옥마을, 1970년대 단독주택, 서민주택, 근대건물, 공장과 창고 등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건축을 배경으로 형성된 골목상권은 종전 상권과 다른 감성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업종 구성도 다르다. 골목상권의 주력은 복합문화공간, 독립서점, 편집숍, 카페, 갤러리 등 콘텐츠 기반 업종이다.

조선일보

/일러스트=백형선


전통시장이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주변 골목상권과 연결성을 높여 한 상권을 이루는 방법이고, 둘째가 전통상권에 골목상권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연결하는 사업의 성공은 지리적 구조에 달렸다. 서울의 망원시장처럼 전통시장 주변에 골목상권이 들어선 경우에는 두 시장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가로 정비로 상권 간 물리적 접근을 개선할 수 있으며, 공동 행사와 축제로 상권의 통합적 정체성을 제고할 수 있다. 전통시장이 떠난 자리에 골목상권이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춘천 육림고개는 청년 창업자들이 전통시장이 상가 건물로 이전한 후 빈 공간을 채우면서 형성된 골목상권이다.

전통시장이 실질적으로 골목상권으로 전환된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09년 문체부 문전성시 사업으로 '김광석길'로 조성된 대구 방천시장이다. 빈 공간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카페, 식당이 들어서면서 연 80만 가까운 관광객이 방문하는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현대카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광주 컬처네트워크가 재생한 광주 송정역시장은 골목상권이 전통시장에 입점한 사례다. 송정역시장이 성공하는 데 가장 기여한 사업은 청년 창업 지원이다. 공모로 선발된 청년 창업자들이 수제 맥주, 베이커리, 로컬 브랜드 편집숍, 디자인 숍 등 골목상권에서 인기 있는 업종을 연달아 창업했다. 다른 청년몰과 달리 송정역시장의 청년 창업자들이 성공한 이유로는 청년 창업자와 기존 상인에 대한 지속적 멘토링과 디자인 지원, 상호 보완하는 업종이 입점한 상권 구성, 그리고 송정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한 입지를 들 수 있다.

기획자 모델에서 운영자 모델로

2019년 문을 연 군산 영화타운도 골목상권으로 변신한 전통시장이다. 영화타운 사업의 차별성은 추진 방식이다. 일반적 청년몰 사업이 기획자를 먼저 선정한 후 기획자가 기초공사를 하고 개별 운영자를 모집하는 기획자 모델이라면, 영화타운은 운영자를 먼저 선정한 후 그가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장기 운영하는 운영자 모델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운영자 모델을 군산시에 제안하고 지원했으며, 군산의 민간 사업자인 ㈜지방이 사업 시행을 맡았다.

2019년 6월 영화타운은 1단계로 스페인 음식점, 군산 청주바, 로컬펍, 디저트 카페 등 사업장 5곳을 열었다. 문 열자마자 군산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 지역 발전 관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영화타운 매장이 청주바 수복이다. 이 매장은 백화수복, 청하, 국향, 설화 등 국산 청주를 생산하는 군산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브랜드로 개발됐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미래는 골목상권과 지역산업의 상생에 있다. 상권과 상권이 경쟁하는 시대에 전통시장이 골목상권과 상생하지 않고 생존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상생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권 정책의 대상을 전통시장에서 골목상권을 포함한 전체 상권으로 확대해 상권 간 상생과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제조업을 산업단지 제도로 관리한다면, 상권 경쟁력과 구성이 중요한 자영업 산업은 지역상권 제도로 관리해야 한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골목길 자본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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